애써 아낀 수돗물 수만 톤 길에 쏟은 ‘누수’ 행정
2023년 02월 14일(화) 00:00
광주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의 밸브 고장으로 대규모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그제 새벽 3시 30분께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밸브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취수장에서 공급된 물은 약품 처리 등을 거쳐 정수지에 모였다가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지는데, 노후된 정수지 유출 밸브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밸브 개방이 지연되자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오후 1시부터 서·남·광산구 지역에 급수가 중단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단수를 불과 한 시간여 앞두고 주민들에게 공지한 것이다. 또 오후 2시께는 북구 일부 지역도 흐린 물 유입에 대비하라는 긴급 문자를 보내 늑장 대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단수가 되기 전 물을 받아 놓거나 빨래·설거지를 하기 위해 급하게 서둘러야 했고, 자영업자들은 물이 나오지 않아 장사를 망쳤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밸브 고장으로 배수지로 가지 못한 물이 덕남정수장 주변 도로에 넘쳐 흘러내리면서 최악의 가뭄 속에 시민들이 절수 운동으로 아껴 온 수돗물 5만 7000톤이 허비됐다. 광주시는 고장 난 밸브를 절단한 뒤 용접 봉합하는 방식으로 오후 6시 20분께야 복구를 마치고 어제 새벽 4시부터 수돗물을 정상적으로 공급했다.

이번 사고는 광주시 상수도 행정의 허술함을 여실히 노출했다. 덕남정수장은 건립된 지 30년이 다 된 만큼 철저한 시설 관리가 필요하다. 광주 도심 지하에 깔린 상수도관 4046㎞ 중 절반이 20년 이상 된 관로라는 점도 사고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광주시는 노후 상수도 시설에 대한 꼼꼼한 점검을 바탕으로 정비를 서둘러 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단수 조치로 피해를 입은 가구와 업소에 대한 피해 보상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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