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 양산하는 ‘사업장 변경 제한’ 손봐야
2023년 02월 10일(금) 00:00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련된 노동력 확보를 위해 체류 기간은 연장했지만, 불법 체류자 양산의 주원인이었던 ‘사업장 변경 제한’은 그대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은 숙련도와 한국어 능력을 갖춘 비전문 외국 인력(E-9)의 국내 체류 기간을 현재 4년 10개월에서 최대 10년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업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떠나야 했던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늘려 숙련된 노동력을 확보하고, 장기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의 이탈을 방지해 불법 체류를 줄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외국인고용법상 ‘사업장 변경 제한’은 그대로여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업장 변경은 사용자의 동의가 있거나 임금 체불을 두 차례 이상 당했을 경우, 중대재해 등에만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가 갑질·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생겨도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사업장 이탈을 부추겨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2012년 17만 명으로 추산되던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41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농어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투입된 계절 근로자들의 사업장 이탈률도 지난해 7.9%(8091명 중 640명)로 5년 전에 비해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 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주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엔(UN) 사회권위원회가 수년 전 이의 폐지를 권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광주·전남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는 11만 명에 달하고 있다. 산업 역군이자 동반자로 자리 잡은 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일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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