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전-정은우 지음
2022년 09월 16일(금) 21:00 가가
미지는 초등학교 교사로 지금은 휴직 상태다.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왕따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받았던 후유증 탓이다. 현재 그녀는 복직을 앞둔 상태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출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스스로 독립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미지는 엄마와 밥상에 앉았지만 독립이라는 말을 제대로 꺼낼 수 없다. 엄마인 국자가 정성들여 차린 밥상을 보면 독립에 대한 의지가 무너져버리고 만다. 그런데 이번 독립 선언의 양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소설가 정은우의 첫 장편 ‘국자전’은 손맛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국자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펼쳐진다. 지난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출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 겪는 사랑과 고통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장편은 연재 전문 웹진 ‘주간 문학동네’의 첫 선정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의 배경은 지난 80년대다. 당시 사람들 사이에 초능력자가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세계의 작동 논리는 오늘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능력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 영웅과 반동이라는 차이를 준동한다. 초능력자로 인정되면 국가에 고용되고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능력과 별개로 공직에 부적합다고 평가되면 반동으로 몰리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소설에서 미지는 엄마가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고백에 순간 긴장하고 만다. 혹시나 엄마가 자신에게도 그런 방법을 썼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지고 만다. 소설은 손맛으로 승부하는 히어로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삶과 오늘의 삶을 이야기한다. 삶을 긍정하는 유머와 한편으로 세계와 대면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다.
<문학동네·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가 정은우의 첫 장편 ‘국자전’은 손맛으로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국자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펼쳐진다. 지난 2019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출한 재능을 타고난 이들이 겪는 사랑과 고통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장편은 연재 전문 웹진 ‘주간 문학동네’의 첫 선정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문학동네·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