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조용호 지음
2022년 08월 20일(토) 17:00
제목이 눈길을 끄는 소설이 있다. 제목 자체가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제목이 소설의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몫이기 때문이다.

조용호 작가의 장편소설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은 아픈 기억이 모티브다. 지난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을 발표하며 소설을 썼던 작가의 두 번째 장편이다. 또한 작가는 소설집 ‘떠다니네’,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와 ‘노래, 그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시인에게 길을 묻다’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장편은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이후 12년만에 발간한 장편소설로, 작가는 오랫동안 이 소설이 구체적으로 서사로 전이될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 사랑했던 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평생 그리워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소설은 지난 1980년대 야학연합회 사건을 단초로 펼쳐진다. 당시 실종됐던 하원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나는 온통 그리움에 빠져 있다. 이야기는 어느 날 하원을 꼭 빼닮은 여인을 만나면서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나는 그녀와 함께 의문진상규명위원회가 진상 규명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하원의 실종을 추적한다.

소설의 제목 ‘사자의 푸른 눈’은 이스파한의 3대 미스터리 하나의 이야기다. 남쪽 사자상 앞에서 북쪽 사자의 눈을 보면 푸른빛의 레이저 광선이 보인다. 아무런 조명도 없는데 어떻게 빛을 발할까. 작가는 한 여인을 품고 살아온 남자의 이야기는 그리워하는 존재들의 눈은 어둠에서 빛을 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민음사·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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