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서 시인, 불의한 역사 극복 의지 담은 ‘광주 시집’
2022년 03월 10일(목) 06:00
세 번째 시집 ‘광주의 푸가’ 출간
“5·18광주민중항쟁 40주년에 맞추어 내려고 준비한 졸시들이지만 주위에서 충분한 일들이 벌어지기에 슬쩍 피했었다. 그리고 독재자도 죽었다.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어쩌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만이 아니라, 순전한 자유를”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던 박관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광주의 푸가’(삶창)를 펴냈다.

이번 창작집은 다수의 작품들이 광주에 수렴될 만큼 ‘광주 시집’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인은 오랫동안 ‘간이역과 큰 기차역 사이에서 푸른색과 빨간색의 깃발’로 30년 넘게 살았다. 기차와 역에 기대 살았던 시간 속에서 적잖은 시들이 발효됐을 터다.

“하늘을 나는 그들이 몸에서/ 마음으로 또는 검은 눈빛에서 양 날개로/ 주고받는 말들이 어깻죽지로 짠 스크럼들이// 울음으로만 들리는 이유가 보이는구나/(중략) 그래, 독재자 그대가 떠나면서 돌아와/ 모든 게 나의 죄가 되어서야//기막힌 말로 온몸의 뼈를 씻는 그대가/ 보이는구나, 삼칠일이면 지워지는// 맑은 하늘이 맑은 하늘이 되는구나”

위 표제시 ‘광주의 푸가’는 시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학살자인 ‘독재자’가 죽어서야 맑은 하늘이 보이는 현실을 읊고 있다. 독재자의 죽음이 있기 전까지 인고의 삶을 살아야 했던 날들을 돌아본다. ‘맑은 하늘’에는 불의한 역사에 대한 극복과 성찰의 의미가 투영돼 있다.

강형철 시인은 “광주는 박관서에 이르러 오늘 우리 삶의 자리로 실감되며 확장되고 있다”며 “눈물과 한으로 저며진 시의 깃발로 ‘세상이라는 큰 역사(驛舍)’에 펄럭이고 있다”고 평한다.

한편 정읍 출신 박관서 시인은 현재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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