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오래된 건축 뜯어보기- 정종남 지음
2022년 03월 06일(일) 09:00

화려한 듯 알찬 남도해안 고택의 매력

장흥 죽헌고택은 안채, 사랑채 등 다섯 채 건물이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다. 사진은 사랑채. <베네치아 북스 제공>

글짓기와 집짓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짓다’라는 동사를 쓴다는 사실이다. 사전적 의미의 ‘짓다’는 “재료를 들여 만들다”라는 뜻이다. 한편으로 “사람이 글이나 노래를 쓰거나 만들다”라는 의미도 있다.

‘글을 쓴다’라고 않고, ‘글을 짓다’라고 하는 것은 깊은 의미를 포괄한다. 집을 짓는 것처럼 글을 짓는 것 또한 구조와 맥락, 글을 쓰는 이의 품격 등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설계와 재료, 주제 등이 글을 쓰는 것이나 집을 짓는 것이나 동일한 관점으로 수렴된다.

그러나 그 어떤 집도 같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우리네 삶의 역사가 깃든 고택을 말한다.

한옥 목수이자 전통건축문화 아비지 대표인 정종남 씨는 이렇게 말한다. “고택을 다녀보면 같은 집이 없다. 시대마다 유행이 다르고 양식이 같아도 목수 솜씨가 다르고, 한 목수가 지어도 주인 취향이나 입지 조건이 제각각이니 당연하다. 그러니 집마다 특징과 개성이 있고, 고유한 멋도 있다”고.

정종남 대표가 펴낸 ‘시골마을 오래된 건축 뜯어보기’는 한옥 목수의 눈으로 바라본 건축문화답사기다. 저자는 장흥에 귀촌해 100년 된 전통민가를 리모델링해 거주하고 있다. 저자는 남해안 시골 마을에 있는 고택, 정자, 원림, 사찰, 무지개다리, 향교, 객사, 읍성 등 다양한 건축을 돌아보며 전문적인 식견을 풀어낸다.

책에 소개된 곳은 장흥 죽헌고택, 보성 강골마을 열화정, 나주 향교와 객사,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강진 백운동 원림 등 한번쯤 들어봤을 곳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시골마을에서 느긋하게 한국건축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보성 봉강리 정 씨 고택은 조선 후기 양반집 구조다.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경관도 아름답다. 지금의 정 씨 고택 배치는 1800년대 후반에 갖춰진 모습이다. 무엇보다 당대 등장한 지방 부호들의 화려한 치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한다.

정원이 아름다운 장흥 죽헌고택은 2021년 ‘한국 민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집주인 선조인 죽헌 위계창(1861~1943)의 호에서 따왔다. 고택에는 안채, 사랑채, 곳간, 대문, 사당까지 다섯 채 건물이 있는데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다. 옛 농촌 생활상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안방 문을 열고 앉으면 마을 앞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천관산 정상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저자는 특히 “안채 문틀 위 기둥 옆에 끼운 조각 장식 판재는 굴뚝 꼭대기 학 장식만큼이나 감탄스럽다”고 평한다.

‘조선 국립 지방학교’인 나주 향교는 전국 향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조선 중기 건축양식으로 대다수 향교가 교육공간이 앞에 있고 제례 공간이 뒤에 있는 전학후묘인데 나주 향교는 그 반대인 전묘후학이다.

‘조선시대 호텔’인 나주 객사(금성관)는 규모와 건축 양식이 화려하다. 가운데 건물 금성관 정청은 당대 객사 중 제일 규모가 크다. 팔자지붕을 한데다 건물 앞의 월대도 격식 있게 구조화했다. 현재 건물은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쳤고 1976년 원형에 맞게 복원했다.

<베네치아 북스·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