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조성국, 고향에 대한 기억·80년 광주 시간 시로 형상화
2022년 03월 02일(수) 19:05
네 번째 시집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시인에게 원체험은 ‘창작의 저수지’와도 같다. 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원체험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인은 일평생 자신의 고향과 그곳을 배경으로 한 원체험을 풀어내는 존재인지 모른다.

광주 출신 조성국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문학들)를 펴냈다.

시집에는 자신의 고향 염주마을에 대한 기억과 고등학생 때 겪은 5월 항쟁, 대학 시절의 수배와 수감 생활 등 모두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총 맞은/ 총을 맞아 주는/ 지독한 봄날의 어슴새벽/ 장전된 제 총의 방아쇠를 끝끝내 당기지도 않았던 최후의// 일각!// 거기에서부터 나는,/ 나의 생은 다시 시작되었으니까/ 당연히 대답이 시퍼런 청춘에 가까워진다”(‘내 나이를 물으니까’ 중에서)

위 작품은 시인이 건너왔던 상실과 고통의 80년 광주의 시간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5월 27일 도청과 관련된 순간이다. 시인이 “나이를 말할 때면” 한참이나 젊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형중 평론가의 말대로 “시인의 나이는 바로 1980년 5월 27일의 도청에서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5월 항쟁의 기억은 결코 떨칠 수 없는 ‘시간의 굴레’와도 같다. 끝내 벗어날 수 없는, 여전히 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기제와 다름없다.

김형중 평론가는 “지난 시대가 한 시인의 영혼을 어떻게 저토록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었는지, 그 시대를 다시 소환해 우리 앞에 재전시하는 시, 부끄러움 속에서 그 시절들을 반추하게 하는 시, 그것이 조성국의 시편들”이라고 평한다.

한편 조성국 시인은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수배일기’ 연작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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