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망중한’…사물과 일상 정갈한 시어로 노래
2021년 06월 22일(화) 22:30
무안 출신 이창민 시인
‘멈추니 보인다’ 펴내
이창민 시인은 시집을 낼 때마다 깊은 성찰을 한다. 지난 2016년 첫 작품집을 펴냈을 당시 시인은 “설익은 감의 맛처럼 거세고 텁텁한 맛이 있는 떫은 색채가 농후하였음”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2017년 두 번째 창작집을 내고는 “시가 참 어렵구나, 고뇌하며 시를 시답게 쓰기 위한 치열한 사유의 시간 속을 헤쳐왔다”고 고백했다.

무안에서 은거한다는 의미로 무은(務隱)이라는 호를 쓰는 그는 깊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작품을 써왔다. 이번에 이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멈추니 보인다’(리토피아포에지)를 펴냈다.

이번 작품집에서 시인은 사유와 시의 깊이가 한뼘 더 깊어진 웅숭깊은 세계를 선보인다. ‘그림자’, ‘망중한’, ‘미륵상’, ‘화산지 연꽃’, ‘오동나무’ 등 모두 60여 편의 시는 사물과 일상을 시인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정갈한 시어와 이면에 드리워진 선비적 사유는 그의 시가 지닌 장점이다.

“흐르다가 고였다가/ 쓰임새 있으면 머무르며/ 마냥 내어 줄 뿐 아까워하지 않는 물처럼// 그것은 없음의 씨앗이 발아하여/ 있음의 열매를 가꾸어 주었던 오램의 믿음이었고/ 안쓰럽게 여겼던 내자의 보살핌이었다”

표제시 ‘멈추니 보인다’는 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노래한 작품이다. 허형만 시인이 “내자의 사랑과 가치와 존재감”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화자는 아내에 대한 단상을 진지하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사유가 묻어나는 군더더기 없는 수사는 그만의 시적 성취로 보인다.

한편 시인은 “아직은 경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선보인다. 독자들의 기탄없는 질책 기다리며 다음을 기대하는 들뜬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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