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충상 작가 “정체성 담긴 나만의 소설 쓰고 싶었죠”
2021년 04월 11일(일) 22:25 가가
강진 출신 황충상 ‘사람 본전’ 펴내
종교 기반 인간 실존 문제 다뤄
고향 마량 바닷가 작품 모티브
종교 기반 인간 실존 문제 다뤄
고향 마량 바닷가 작품 모티브
모든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쓰고자하는 열망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승화된 작품이 나오긴 쉽지 않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작품과 자신을 분리하는, 객관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진 출신 황충상(73·사진) 작가는 20년 이상 문학 계간지(문학나무) 편집주간을 하면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많이 봤다. 좋은 소설은 어떤 조건을 갖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읽히는 소설은 어떤 작품인지를 봐왔다. 그러다 보니 소설에 대한 나름의 심미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다 보니 “정작 자기검열 때문에 내 작품집 출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 소설집 ‘사람 본전’를 펴냈다. “나의 정체성이 담긴 나만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한다.
“심장수술을 받고 거의 죽음에서 깨어난 이후 새로운 시간으로 돌아온 사실을 인증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창궐로 다들 혼이 빠져 있는 와중에 심장수술실에 실려 갔었어요. 메스가 가슴을 가르고 이후 예닐곱 시간을 죽어 있었죠.”
그는 “숨 쉬면서 죽어 있었던 시간에게 이 단편소설들을 바친다”는 말로 이번 창작집 발간 의미를 덧붙였다.
198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무색계’로 등단해 지금까지 ‘무명초’ 등 세 권의 창작집과 ‘부처는 마른 똥막대기다’ 등 세 권의 장편을 펴냈다. 현재는 경기대학 한국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고 겸임교수로 후학들과 문학을 매개로 함께 창작 공부를 하고 있다.
수술 이야기를 비롯해 작품집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목소리는 나직했다. 전화기 저편의 중저음은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자존감 내지는 자긍심의 단면으로 읽혔다.
특히 작가는 고향 마량 바닷가에 대한 추억을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비록 몸은 타향에 있지만 문학작품 상당 부분이 고향 정서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유년시절은 마량 바닷가를 물들이는 은빛의 파도처럼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듯했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정서는 무한합니다. 제 정신적인 상상구조는 바다, 갯벌, 파도 이런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죠. 중·고등학교, 대학 시절에는 방학만 되면 강진으로 내려가곤 했으니까요.”
그는 강진이라는 고장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 타향생활을 했다. 고향은 영랑의 시심을 길러 주었고, 다산의 학문을 꽃피우게 했으며, 천년 비색 고려청자를 낳았다. 그렇듯 강진은 문학과 학문, 문화재 모든 분야에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고장이다. 황 작가는 고향 얘기 중간중간 “미력하지만, 아니 범접할 수 없지만 내 문학속에도 강진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며 웃었다.
이번 창작집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선비적, 고아한 글은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러고 보니 황 작가는 지금까지 종교를 기반으로 한 인간 실존문제에 매달려 왔다. 다시 말해 “부조리한 실존에 대한 현상을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방식의 소설쓰기를 견지했다.
불교와의 인연은 청소년기 서울에 올라와 인왕산 절에서 하숙을 하면서였다. 결혼 후에는 부인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게 되면서 그의 내면에는 자연스레 두 종교의식이 자리하게 됐다. 작가는 “부인과 동행하기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두 종교에 대한 의식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표제작 ‘사람 본전’은 김종회 문학평론가의 언급처럼 “사람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소설은 어린 시절 화자의 기억을 매개로 전 생애에 걸친 성찰과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에서 발을 씻어주는 세족은 기독교 교리인 희생을, 화자의 화두 ‘발이 마음이다’는 불교적 자비와 베풂을 의미한다.
황 작가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대학에서 소설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소설의 양상이랄까, 창작을 대하는 자세는 기존의 세대와는 천양지차다.
“젊은 친구들의 의식이 자본논리나 문명구조에 동화되다 보니, 외적인 특성은 있지만 문학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다소 약하지 않나 싶어요. 뿌리를 내릴 듯 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서 변화된 문명을 어떻게 그려낼지, 아니 그것을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와 시각으로 풀어낼지 자못 궁금하답니다.”
그는 큰 수술 이후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시간을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남은 시간 가난하고 바보스런 문학의 참 얼굴을 글로 그려 독자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말이 여운을 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런 그가 이번에 소설집 ‘사람 본전’를 펴냈다. “나의 정체성이 담긴 나만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한다.
![]() ![]() |
수술 이야기를 비롯해 작품집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목소리는 나직했다. 전화기 저편의 중저음은 오랫동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자존감 내지는 자긍심의 단면으로 읽혔다.
특히 작가는 고향 마량 바닷가에 대한 추억을 세세하게 이야기했다. 비록 몸은 타향에 있지만 문학작품 상당 부분이 고향 정서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유년시절은 마량 바닷가를 물들이는 은빛의 파도처럼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듯했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정서는 무한합니다. 제 정신적인 상상구조는 바다, 갯벌, 파도 이런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죠. 중·고등학교, 대학 시절에는 방학만 되면 강진으로 내려가곤 했으니까요.”
그는 강진이라는 고장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 타향생활을 했다. 고향은 영랑의 시심을 길러 주었고, 다산의 학문을 꽃피우게 했으며, 천년 비색 고려청자를 낳았다. 그렇듯 강진은 문학과 학문, 문화재 모든 분야에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고장이다. 황 작가는 고향 얘기 중간중간 “미력하지만, 아니 범접할 수 없지만 내 문학속에도 강진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며 웃었다.
이번 창작집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선비적, 고아한 글은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그러고 보니 황 작가는 지금까지 종교를 기반으로 한 인간 실존문제에 매달려 왔다. 다시 말해 “부조리한 실존에 대한 현상을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방식의 소설쓰기를 견지했다.
불교와의 인연은 청소년기 서울에 올라와 인왕산 절에서 하숙을 하면서였다. 결혼 후에는 부인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게 되면서 그의 내면에는 자연스레 두 종교의식이 자리하게 됐다. 작가는 “부인과 동행하기 위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두 종교에 대한 의식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표제작 ‘사람 본전’은 김종회 문학평론가의 언급처럼 “사람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소설은 어린 시절 화자의 기억을 매개로 전 생애에 걸친 성찰과 사유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에서 발을 씻어주는 세족은 기독교 교리인 희생을, 화자의 화두 ‘발이 마음이다’는 불교적 자비와 베풂을 의미한다.
황 작가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대학에서 소설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소설의 양상이랄까, 창작을 대하는 자세는 기존의 세대와는 천양지차다.
“젊은 친구들의 의식이 자본논리나 문명구조에 동화되다 보니, 외적인 특성은 있지만 문학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다소 약하지 않나 싶어요. 뿌리를 내릴 듯 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서 변화된 문명을 어떻게 그려낼지, 아니 그것을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와 시각으로 풀어낼지 자못 궁금하답니다.”
그는 큰 수술 이후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시간을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남은 시간 가난하고 바보스런 문학의 참 얼굴을 글로 그려 독자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말이 여운을 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