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환상과 현실…노동자는 행복한가
2020년 08월 14일(금) 00:00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J. 래브넬 지음·김고명 옮김
지난 2016년 미국에서 “반려견의 용변을 치우는 스마트한 방법”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유경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른바 ‘푸퍼Pooper’는 ‘개똥계의 우버’라고 불린다.

이 서비스는 잠재적 용변 처리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앱 개발자를 당혹스럽게 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는데 사실 이 앱은 상용화된 앱 플랫폼이 아닌 ‘예술 프로젝트’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개발자가 ‘푸퍼’를 만든 이유는 앱에 중독된 세상을 풍자하기 위해서였다. 직접 해도 되는 일까지 공유경제에 맡기는 행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상을 비꼬려는 의도였다.

오늘의 시대를 공유경제 시대라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 집합체인 공유경제는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다시 말해 “노동자가 남 밑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 언제 어떻게 돈을 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공유경제, 긱 이코노미(비정규 프리랜서가 확산되는 경제)의 환상을 버려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 노스캘롤라이나대 조교수는 자신의 저서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에서 긱 이코노미의 민낯과 무너지는 플랫폼 노동자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80여 명의 노동자에게서 직접 들은 생생한 이야기를 토대로 공유경제 이면의 모순을 조명한다. 공유경제가 약속한 노동자의 실제 삶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공유경제를 다룬 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러나 이번 래브넬 교수가 펴낸 책은 좀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플랫폼 작동방식과 노동자들 실태와 미국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각기 다른 4개의 플랫폼 서비스에 초점을 뒀다. 숙박-에어비앤비, 교통수단-우버, 단기 아르바이트 서비스-태스크래빗, 출장 요리-키친 서핑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 현장이 그것이다.

특히 2030세대 노동자 사연에 주안점을 둔 것은 앱 기반 혁신경제를 자처하는 공유경제가 사실상 밀레니얼 세대에 큰 타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첨단기술을 받아들였지만 실상 공유경제 노동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대안노동의 한 모델처럼 인식돼온 공유경제가 사실상 이름부터 많은 모순을 안고 있는 현실을 주목한다. 2장은 자주 언급되는 네 개의 플랫폼의 실상과 주요하게 살펴야 할 핵심 질문들을 제시한다.

3~4장에서는 노동자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공유경제가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논한다. 이 문제는 노동의 비정규화라는 큰 흐름과 맞물려 있다. 5장은 공유경제 내 성희롱 실태와, 노동자가 성희롱을 성희롱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6장에서는 불법과 합법성이 의심되는 일에 연루된 노동자들 이야기와 공유경제가 새로운 범죄 온상이 될 수도 있는 현실도 다룬다.

7장에서는 자본과 전문기술 덕분에 공유경제에서 예외적으로 성공한 노동자들도 살펴본다. 결론 마지막 장에서는 공유경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과 리더들 인터뷰를 담았다.

저자는 “공유경제는 노동자가 추가적인 노동을 통해 ‘자신을 구원할’ 길을 제공한다지만, 공유경제의 성장은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장치가 더욱더 무더지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롤러코스터·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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