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봄날
2020년 03월 06일(금) 00:00 가가
“내 몸에는 다저스의 파란 피가 흐른다.”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20년간 감독을 맡았던 토미 라소다의 명언이다. ‘영원한 다저스 맨’인 라소다 감독은 박찬호의 양아버지를 자처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그가 지론처럼 야구에 대해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에겐 동업자가 둘 있다. 신과 미디어다. 신은 날씨 때문이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면 뭐 하나. 비 오고 쌀쌀하면 관중이 없는데. 미디어는 팬과 소통하는 통로다. 팬 없는 야구는 프로 스포츠가 아니다.”
평생을 야구와 함께 살아 온 라소다 감독은 선수의 존재 이유를 팬들에서 찾았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중석이 텅 비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궁여지책으로 징벌적 성격이 강한 무관중 경기를 이어 오다 결국 일정을 멈췄고, 이미 시작되었어야 할 프로축구 K리그도 개막을 미루고 있다. 도쿄올림픽 회의론 확산에 4년간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비상등이 켜진 것은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KBO는 시범경기를 모두 취소하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규 시즌 개막 연기를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올림픽 브레이크까지 소화한다면 최악의 경우 함박눈을 맞으며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동안 폭우나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시즌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기간을 1주일 늘려 훈련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선수들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스포츠가 활기를 찾아야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의 삶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라소다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야구팬들에게 가장 기쁜 날은 시즌이 시작하는 날일 것이다. 우수도 경칩도 지나 꽃은 피고 봄이 왔는데, 야구장에서 팬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봄날은 언제쯤 오려나.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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