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과 역사
2020년 02월 14일(금) 00:00
역사적으로 전염병 창궐은 사회나 문화를 바꾸고 심지어 한 국가나 문명을 멸절시키기도 했다. 전염병 가운데 한 번 발생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은 질병으로는 우선 독감을 꼽을 수 있다. 독감은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낳고 전쟁을 종식시키는 등 역사마저 바꿨다. 독감은 문헌으로 볼 때 고대와 중세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독감 유행은 1387년 중세 유럽에서였다.

크림전쟁 독감은 전쟁사에서도 유명하다. 크림전쟁은 1853∼1856년 러시아와 오스만투르크·영국·프랑스·사르데냐 연합군이 크림반도·흑해를 둘러싸고 벌인 것인데, 양측 희생자가 전투보다는 독감으로 인해 더 많이 발생했다. 혹한과 독감은 전쟁에 뛰어든 영국의 내각을 총사퇴하게 했다. 러시아 황제는 전쟁 중 독감에 걸려 죽었다. 결국 독감이 전쟁을 끝낸 사례가 됐다.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가장 악명이 놓다. 최소 2000만 명에서 1억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다.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말미에 미국에서 발생해 연합군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에 독일은 무조건 승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스페인 독감은 독일군이라 해서 비켜 가지 않았다. 결국 전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뜻하지 않은 종전이 이뤄졌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독감을 ‘무오년 독감’으로 불렀는데, 국내에서도 740만 명이 감염됐고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1957년에는 중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1년 만에 100만 명이 희생됐다. 1968년 홍콩독감도 8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사태 초기 초동 대처가 부족했음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인정했지만, 신종코로나 확산을 맨 처음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이 숨지면서 중국인들의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중국 학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공개서한을 내놓기까지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진핑 체제와 중국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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