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났다’
2020년 02월 13일(목) 00:00 가가
들을 때 왠지 마음이 울컥해지는 노래들이 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동요 ‘섬집 아기’도 그런 곡 중 하나다. 꼭 가사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비올라로 연주하는 ‘섬집 아기’를 듣거나, 낮게 깔리는 첼로 연주를 접할 때도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하니깐.
어제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의 ‘섬집 아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이 노래를 들으면 늘 눈물이 난다”는 진행자의 말처럼 느린 피아노 선율의 ‘섬집 아기’는 마음을 아련하게 했다. 특히 원재연이 이 음악을 꼭 들려주고 싶은 이가 있다고 했을 때 잠깐 봤던 ‘영상’이 떠올라 먹먹해지고 말았다.
그가 언급한 이는 ‘나연이 엄마’, 그리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었다. 지난 7일 방영된 ‘MBC스페셜 특집-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나연이를 엄마 장지성 씨가 가상현실로 만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제작진은 휴대전화 속의 사진 및 동영상에 저장된 나연이의 표정·몸짓·목소리를 분석한 뒤, 160대의 카메라로 대역 모델의 얼굴 표정과 몸을 동시에 촬영해 기본 뼈대를 만들고,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몸짓을 만들었다.
방송 며칠 후 짤막한 영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을 접했다. 딸의 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미역국을 끓여 주고 싶었던 엄마는 ‘꿈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었던’ 나연이를 만난다. “엄마 어디 있었어? 내 생각 했어?” “맨날 해.” “나는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엄마도 너 보고 싶었어.” “엄마가 끓여 주는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만 VR기기를 쓴 엄마는 나연이를 안거나 만지지는 못한다. 한 마리 나비가 돼 떠나는 나연이를 보며 엄마는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사람에게 조금이나 위로가 되는 이야기이길 바라’며 촬영에 응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그리운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위로받았을 것 같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그가 언급한 이는 ‘나연이 엄마’, 그리고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었다. 지난 7일 방영된 ‘MBC스페셜 특집-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난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나연이를 엄마 장지성 씨가 가상현실로 만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제작진은 휴대전화 속의 사진 및 동영상에 저장된 나연이의 표정·몸짓·목소리를 분석한 뒤, 160대의 카메라로 대역 모델의 얼굴 표정과 몸을 동시에 촬영해 기본 뼈대를 만들고,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몸짓을 만들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경험을 한 사람에게 조금이나 위로가 되는 이야기이길 바라’며 촬영에 응했다는 엄마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그리운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위로받았을 것 같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