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과 코로나
2020년 02월 10일(월) 00:00
바둑 고수들이 복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들곤 한다. “반상에 착점해 놓은 바둑돌이 수백 개나 되는데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처음부터 다시 놓을 수 있을까?” “복기를 해 나가다 보면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막상 고수들에게 물어보면 “복기는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며, 복기를 해 보면 어디서 실수가 있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싱거운 답이 돌아오곤 한다.

대부분 화점(花點)에서 시작하는 바둑이 나중에 천만 가지로 변화하는 것은, 처음엔 빈손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다양한 인생 행로를 밟아 나가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또한 승패가 결정된 뒤 복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과거를 돌이켜보며 인생의 패착(敗着) 또는 승착(勝着)을 되새겨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최근 신종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중국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체르노빌’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다. 원자력 발전소 폭발이라는 초대형 인재(人災)를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 급급했던 옛 소련 지도부의 모습을 고발한 이 드라마가 신종 코로나에 관한 정보를 숨기고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 및 관료의 모습과 겹치기 때문이라는 게 언론의 분석이다.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마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체르노빌 폭발 사고가 소련 붕괴를 초래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내팽개친다면 결국엔 체제 붕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퇴진까지 거론되는 등 책임론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바둑이야 한 번 지더라도 복기를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지만, 권력은 일단 잃어버리면 아무리 복기를 하더라도 남는 것은 후회뿐이다. 하나로 통합된 지구촌에서 국가 간의 관계나 국제 역학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그 어떤 국가나 지도자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놓고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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