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거짓
2019년 12월 26일(목) 04:50
1998년 개봉한 영화 ‘가타카’에서는 미래 인간이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부모님의 사랑으로 태어난 ‘신의 아이’ 빈센트. 그의 운명은 심장 이상에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니고, 31세에 사망하는 것이었다. 좌절한 부모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가진 안톤을 출산한다. 안톤에게 항상 뒤지며 열등감을 겪던 그는 17세가 되던 해, 바다수영 시합에서 이겨 동생을 구한 뒤 가족 곁을 떠난다. 이후 각고의 노력으로 신분을 속이며 ‘완벽한’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 내고 자신의 꿈인 우주여행에 나선다는 줄거리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은 2016년 출간한 ‘완벽에 대한 반론’에서 “생명공학의 발전은 다양한 질병 치료의 길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유전적 특징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그것을 용인하는 어두운 우려를 던져 준다”고 지적한다. 승자 독식의 치열한 경쟁에서 유전적인 결함을 없애 능력을 향상시키는 ‘조작’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완벽’(完璧)이라는 말은 사마천 사기열전의 ‘염파 인상여 열전’에 나오는데, 조나라의 혜문왕이 얻은 화씨지벽(和氏之璧)의 완전무결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초나라 옥(玉) 감정사 화씨가 자신의 양발을 희생해 가면서도 왕에게 진상한, 옥돌에서 다듬은 귀중한 구슬. 강대국인 진나라가 이를 욕심내 거짓으로 15개의 성(城)을 주겠다며 강탈하려 하자 조나라의 인상여가 “완벽에도 흠집이 있다”며 돌려받은 뒤 무사히 조나라로 가져와 유명해졌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기 어렵다. 따라서 완벽하다고 하는 것 자체가 완벽한 거짓인 셈이다.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인간이 만든 법을 기준으로 범법 여부를 판단하는 자신들의 완전무결함을 과신하고 있는 듯하다. 검찰만이 견제와 감시가 없는 유일한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완수돼, 검찰이 국민의 곁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관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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