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와 광주
2019년 12월 12일(목) 04:50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고, 취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지난 2006년 5월의 일이다. 2001년과 2004년 제2순환도로 1구간을 28년간, 3-1구간을 30년간 관리·운영하기로 광주시와 협약을 맺은 이 펀드는 도로 이용자에게 비싼 요금을 받으면서도 매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돈을 지원받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펀드가 돈을 받아 가는 방법에 기가 찼다. 먼저 도로 개통 시 추정 통행량을 과다 설정하고, 실제 통행량이 그 85%에 미달하면 광주시가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1996년 용역에서 추정된 통행량은 무려 5만여 대. 그러나 실제로는 3만 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2만여 대의 통행 수입을 시가 보전해 주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관리·운영 업체를 설립한 뒤 자본금에 9.34%의 수익도 모자라 외부 차입금에는 10~20%의 금리를 보장해 주었다. 자본금은 물론 외부차입금까지 맥쿼리가 투자했는데, 점차 고금리 외부차입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원금 규모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썼다. 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그저 주라는 대로 내주기만 했다는 것이다.

민선 5기 들어서는 맥쿼리에 소송을 제기하며 강경하게 맞서기도 했지만, 민선 6기에서는 돌연 협상에 응해 2016년 말 변경 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1014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시의 설명과는 달리 2017년 이후 재정 보전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구간에서의 맥쿼리 수익도 2018년 477억 원으로 급증했다. 덕분에 맥쿼리에 돈을 맡긴 국내·외 투자자들은 매년 엄청난 수익을 배당받아 챙기고 있다. 지역민의 혈세로 맥쿼리와 그 투자자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감사원이 기업 법인세의 대납 등 변경 협약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시는 그제야 법인세만 돌려받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변함없이 소극적인 자세다. 맥쿼리 문제는 자본의 탐욕, 펀드사의 합법적인 ‘착취’, 지자체의 무능력과 무책임, 관련 전문가의 부도덕성 등이 뒤섞인 총체적인 ‘참사’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광주시의 의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