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선생·아버지·친구였던 황현산의 트윗 문장들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황현산 지음
2019년 08월 23일(금) 04:50
좋아하는 책이면서도,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아직 완독하지 못했다. 한 자리에서 읽어버리기 보다는, 곁에 두고 아껴 읽고 싶은 마음이 남아서였다. SNS를 하지 않는 터라 ‘트위터’라는 세상에서 황현산이 ‘어떤 말들’을 남겼는 지는 거의 알지 못했다. 뒤늦게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며 가장 인상적었던 건 ‘사고의 유연함’이었다.

황현산(1945~2018) 문학평론가의 1주기를 맞아 나온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2014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그가 트위터에 쓴 글을 모은 책이다. 그의 트윗(아이디 ‘septuor1’)은 지금도 36만 명의 팔로워를 유지하고 있다.

책에는 2014년 11월8일 오후 9시 6분 ‘트윗을 시작합니다’라는 첫 글부터, 2018년 6월25일 오후 5시 53분 ‘밤이 선생이다, 우물에서 하늘보기 이후 제가 쓴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책 표지를 올린 마지막 글까지 모두 8554개의 트윗이 담겼다.

그는 자신이 트윗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문학의 전문가로 문인들에게 우정을 표한다. 한국어의 제1급 사용자로(이 점에선 겸손이 필요없다) 짧은 글짓기를 한다, 진보 성향의 독서인으로서 내 생각을 메모한다’라고 썼고, 다양한 글들을 올렸다.

“명랑하기는 성격만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명랑하기는 윤리이기도 할 것이다. 늘 희망을 가지려고 애쓰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해야만 명랑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이지 인문학은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남의 불행과 고통에 반드시 공감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감하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의 공감을 위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체면을 지키려 했으면 트위터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전공인 문학 뿐 아니라 가족 이야기, 정치 이야기와 세상 사는 이야기를 거침 없이 풀어낸다. 서너줄의 짧을 글들이지만 가슴을 찌르고 새겨들어야할 이야기들이 많다. ‘촌철살인’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은근한 유머가 곁들여져 있어 유쾌하기도 하다.

서문을 쓴 아들 황일우 미국 마이애미대 교수는 “아버지는 늘 당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셨고, 모든 사람들에게 배울 준비가 되어 계셨다”며 “아버지의 트윗들은 당신의 평소 모습과 가장 닮아 있는 텍스트다. 평소의 농담, 비상식적인 많은 것들에 대한 한탄,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애정 어린 인사가 담겼다”고 했다.

책의 편집을 맡은 김민정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살아 있는 누구나의 사전이었고 살아 있는 누구나의 선생이었으며 살아 있는 누구나의 아버지였고 살아 있는 누구나의 친구였던 이름 황현산”이라고. 그리고 이 트윗 모음은 “우리네 삶의 답답한 자물통에 열쇠가 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열쇠를 곁에 둔 셈이니 조금은 든든하다.

한편 1주기를 맞아 절판됐던 황현산의 평론집 ‘잘 표현된 불행’도 복간됐다. 그의 두번째 문학평론집인 이 책에는 첫 비평집 ‘말과 시간의 깊이’ 이후 10년 간 썼던 글 가운데 시와 관련된 평문을 따로 모아 900페이지 분량으로 편집했다. <난다·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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