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숲에서 역사의 인물을 만나다
하서 김인후 선생 추모 유네스코 등재 앞둔 ‘필암서원’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 ‘홍길동 테마파크’
별보기·생태 체험 각광 남창계곡 ‘별내리마을’
2019년 06월 14일(금) 04:50
별내리마을 야경




고전소설 주인공 만나는 ‘홍길동 테마파크’








“경은 해동의 염계(濂溪=송나라 대유학자)이자 호남(湖南)의 공자이다. …내면에 쌓인 강건하고 곧고 단정한 성품은 엄동설한의 송백(松栢)이었고, 밖으로 드러난 빛나고 온화하고 순수한 자태는 맑은 물위의 연꽃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정조 20년)

1796년 음력 11월, 정조는 문정공(文正公) 하서 김인후 선생을 문묘에 배향하는 의식을 행했다. 이어 교서(敎書)를 발표하면서 “비 개인 날의 맑은 달과 잔잔한 바람처럼 본래부터 도리를 터득한 사람의 기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순수하고 온화한 성품에 여사(餘事)로 문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하서는 세상을 떠난 지 236년 만에 호남에서는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됐다.

국도 1호선을 따라 달리다 ‘옐로우 게이트’를 통과해 장성에 들어선다. 먼저 대유학자 하서 김인후 선생(1510~1560)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필암서원(筆巖書院·국가사적 242호)으로 발길을 향한다.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사전 심사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 자문기구인 ‘국제 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한국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한국의 서원(書院)을 ‘등재 권고’했다는 반가운 뉴스를 들은 때문이다. 한국이 신청한 서원은 장성 필암서원과 정읍 무성서원,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등 모두 9곳. 등재여부는 6월말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서원은 때마침 보수 공사 중이었다.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에 따르면 장성군은 6월말까지 서원 출입문인 확연루(廓然樓) 지붕기와를 보수하고, 하서 김인후 선생과 사위이자 제자인 고암 양자징(1523~1594)의 위패를 모신 우동사(祐東祠) 단청을 새로 입힐 계획이다.

필암서원 옆에 있는 유물전시관(원진각)을 찾았다. 필암서원에 소속된 노비를 기록한 ‘노비보(奴婢譜)’를 비롯한 고문서와 하서 선생이 사용했던 벼루와 붓(玉筆), 상아홀, 지팡이, 갓신 등 다채로운 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전시관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하서 선생의 삶과 학문세계, 서원에 대해 익힐 수 있다.

하서 김인후 선생이 조선시대 유학자를 대표한다면 아곡 박수량(1491~1554)은 청백리(淸白吏=청렴한 관리)를 상징한다. 황룡면 금호리에 선생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황룡면 아곡리에서 태어난 아곡은 25세 때 과거에 급제해 38년간 관직에 있으면서 형조판서(정2품), 전라도관찰사까지 올랐다. 그러나 명예나 재물 욕을 부리지 않고 청렴하게 공직자로서 사명을 다했다.

아곡은 세상을 떠나면서 “고향에 장사를 지내되 묘를 크게 하지 말고 비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한양에서 고향인 장성으로 관을 옮길 운상비(運喪費) 조차 없었다. 이에 명종은 장례비용을 마련해줬고, 서해안에서 난 하얀 돌을 골라 특별한 비를 하사했다. 앞뒤 비면(碑面)에 아무런 글자를 새기지 않은 ‘백비’다. 아곡 무덤 앞에 세워진 백비는 후세에 그의 청렴을 웅변하고 있다.

◇고전소설 주인공 만나는 ‘홍길동 테마파크’

장성은 ‘홍길동의 고장’이다. 아곡 박수량 백비에서 1.6㎞ 거리인 황룡면 아곡마을에 ‘홍길동 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홍길동 생가와 홍길동 전시관, 산채 체험장, 4D영상관, 야영장, 오토 캠핑장, 풋살경기장, 국궁장, 한옥체험관(청백한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홍길동은 교산 허준(1569~1618)이 쓴 한글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학술적 연구와 역사적 고증을 해보니 홍길동이 소설속 허구인물이 아니라 연산군 시절 활동한 실존인물이고, 더욱이 장성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전시관에는 생가 터에서 발굴한 기와조각 등 유물과 작가 6명이 한지로 만든 ‘홍길동의 병정놀이’ 인형, 연구논문들을 볼 수 있다. 30여석 규모의 4D 영상관은 어린이들의 인기를 끄는 공간이다. 장성군이 제작한 홍길동 애니메이션 ‘홍길동 2084’와 ‘렛츠 고(Let’s go) 활빈당’을 상시 상영한다.

테마파크내 야영장과 오토 캠핑장 역시 인기가 높다. 야영장은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나무데크 25면 규모. 또한 바로 옆에는 오토 캠핑장도 있다. 주변에 야영 필수 시설인 취사장과 샤워장, 화장실, 매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설을 이용하려면 ‘홍길동 테마파크’ 홈페이지(www.jangseong.go.kr/home/honggildong)에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문의(061-394-7242)

특히 지난해 7월 국궁장 ‘백학정’이 테마파크내에 문을 열었다. 지하 1층·지상 2층 전체면적 1050㎡ 규모. 이곳은 장성 국궁인을 위한 활터이면서 관광객들을 위한 국궁 체험장이기도 하다. 국궁체험 프로그램은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체험료(2000원)를 내고 참여할 수 있다. 활터 국궁 지도자가 체험객에게 국궁이론과 기본자세, 활 쏘는 방법 등을 교육해 안전하고, 재미있게 활을 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장에서 국궁 체험을 신청할 수 있다. 문의(061-390-8581)

◇밤하늘 별이 아름다운 남창 ‘별내리 마을’

북이면 행정복지센터 주변은 ‘반 고흐 벽화거리’이다. 골목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며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고흐의 ‘자화상’을 비롯해 ‘까마귀가 나는 밀밭’, ‘해바라기’ 등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고흐 미술관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장성 북이면에서 갈재로 이어지는 국도 1호변에 자리한 ‘원덕리 미륵석불’과 ‘미인바위’(갈애바위), 효자 ‘전일귀 비’ 또한 장성의 또다른 매력적인 역사문화를 품고 있다.

‘남창계곡’은 입암산에서 장성호로 이어지는 긴 계곡이다. 찻길을 따라 계곡 안쪽으로 들어서면 신성리(옛 남창마을)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2013년부터 별을 잘 볼 수 있는 자연환경을 활용해 펜션(지상 2층) ‘별내리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 옥상에 천문대 은빛 돔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금방 눈에 들어온다. 별보기 체험을 위해 굴절과 반사 망원경 등 다양한 천체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고로쇠물을 생산하던 한적했던 산골마을은 요즘 생태체험과 별보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과 산촌생태마을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인이 ‘예행연습’을 해 볼 수 있는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마을 30개소에 선정된 바 있다.

오덕수 사무장은 “별보기 체험은 사전에 예약을 하면 낮에는 태양흑점을 관찰하고, 야간에는 조건에 따라 별자리 관찰과 달, 성운·성단, 은하수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동 기자 song@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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