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외친 오신환 … 손학규 체제 ‘흔들’
2019년 05월 16일(목) 00:00
바른미래 새 원내대표 선출...오, 김성식 누르고 과반 득표
“현 지도부 체제 전환” 퇴진 압박...당 내분 정계개편 변수 부상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오신환 원내대표(오른쪽)가 소감발표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에 오신환 의원이 선출됐다. 이는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안철수·유승민계의 연대에 사실상 중도·호남계가 완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24명의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은 개표 시작 1분만에 승부가 갈렸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전망과는 달리 오 원내대표가 과반인 13표를 얻으면서 개표는 중단됐다. 그동안 당 안팎에서는 국민의당 출신 김성식 의원이 1∼2표 차 신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출신 정당별 분포를 보면 국민의당 출신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 의원(8명)보다 많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가 당내 ‘소수’라 할 수 있는 바른정당 출신으로서 개표 도중 과반 득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당 출신 가운데 안철수계의 힘이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현 손학규 대표 체제의 재신임 성격을 띠면서 ‘공동 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현 지도부 퇴진’을 고리로 막판에 뭉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오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현 지도부를 퇴진시키고 당을 자강·혁신으로 한 데 묶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당선 직후에도 “당 변화의 첫걸음은 현 지도부 체제 전환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상 손 대표의 퇴진을 압박했다.

이에 호남 중진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호남·중도계인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의 화합을 위해 퇴진했지만 안철수·유승민계가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모 호남 중진 의원은 “어떻게 원내대표 후보가 대표 사퇴를 주장할 수 있나”라며 “당내에서는 ‘바른한국당’이 됐다는 냉소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지난 의총에서 자강을 결의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겠지만 손 대표의 퇴진을 둘러싼 내홍 등 조만간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에서는 보수대통합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출신인 바른정당계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부터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새누리당에 몸을 담은 보수정당 출신이다. 이에 따라 보수대통합을 위한 대화 채널은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내년 4월 총선이 가까워지고,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당권을 잡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수대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보수대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화합하고 자강하고 개혁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강론을 내세웠다. 또 지난 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김관영 전 원내대표의 사퇴 조건으로 한국당이나 평화당과의 합당이나 연대 없이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기로 결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오 원내대표가 원내 정책을 수립하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당에 기울어진 듯한 태도만 보여도 당내 호남 의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당내 호남 출신 의원들에 원심력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혁 보수 정당으로 호남에서 정치적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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