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아티스트' 방탄소년단 음악에 담긴 철학
2019년 04월 25일(목) 00:00
2013년 결성 3세대 아이돌
세계 젊은이들과 소통 ‘인기’ 작곡가 방시혁 ‘기획’ 작품
인문적 사유 담긴 가사 눈길

방탄소년단이 13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서 생방송 된 ‘SNL’에서 뮤지컬 게스트로 출연해 지난 12일 발매한 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의 타이틀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의 무대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념 콘서트에 출연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일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가요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세계는 지금 ‘BTS 앓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풍에 휩싸여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방탄소년단 관련 신기록들로 세계가 들썩인다.

빌보드 세 번째 1위, 미국·영국 동시 1위,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모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2곡 동시 진입, 5곡 연속 ‘핫 100’ 진입해 두 번째 ‘톱 10’, 뮤직비디오 유튜브 2억뷰 돌파 등….

이들의 노래에 지구촌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탄소년단이 다른 그룹과 변별되는 것은 멤버 모두 작사 작곡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노래에 자신들의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보이 그룹의 3세대로 평가받는다. 1세대는 1996년 데뷔한 H.O.T이며, 2003년 등장한 동반신기를 시작으로 빅뱅, 슈퍼주니어 등이 2세대다.

아이돌 그룹 3세대인 BTS는 전 세계인의 사랑과 꿈을 노래한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는 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이다. 이전의 그룹들이 대형 기획사의 프로젝트에 의해 양성돼 다소 춤과 노래가 유사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국내 젊은이들 뿐 아니라 동시대 세계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한다. 히트곡도 또한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 ‘페이크 러브’,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스트리밍 송’, ‘디지털 송 세일즈’ 등 많은 곡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늘의 방탄소년단이 있기까지는 막후의 주역으로 방시혁을 꼽는 이들이 많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그는 그룹을 기획하고 멤버들을 조련했다. 많은 이들이 방시혁을 일컬어 ‘방탄소년단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인 그는 청소년기부터 음악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계는 예술과 철학을 아우르는 미학이라는 학문이 그의 음악세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의미는 무엇일까. 방송 작가 구자형은 ‘세상이 편견과 시대의 억압’이라는 총알 때문에 ‘피땀 눈물 흘리는 청춘’들을 위해 ‘기꺼이 방탄조끼’가 되고자 한 것이었다고 분석한다.

조선대학교 교수인 신형철 평론가는 ‘BTS: The Review’(저자 김영대·알에이치코리아)에서 “어떤 팀이 멤버 각자를 캐릭터화해서 지속적으로 집합적 서사를 써나가는 사례를 여태 본 적이 없다”며 “동시대 청년들의 보편적 감정이입을 이끌어내어 그들이 자신의 처지를 투사할 수 있는 스크린으로서의 서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설명한다.

또한 방탄소년단은 그들만의 목소리로 스토리를 써오고 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한편의 거대한 서사시처럼 다가오는 이유다.

BTS가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영향을 받은 책들을 언급하면서 덩달아 관련 도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2016년 정규 2집 ‘윙스’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데미안’은 불안한 청춘의 내면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에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하고 있다. 2017년에는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에 수록된 ‘봄날’ 뮤직비디오에 판타지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모티브로 차용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발매된 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맵 오브 더 소울 : 페르소나)의 주제는 ‘영혼의 지도’였다. 책은 미국 시카고 융 연구소에 있는 머리 스타인 박사가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쉽게 분석해 정리했다. 원래 페르소나는 배우의 가면을 의미한다.

융은 그 같은 연장선에서 “페르소나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로써 형성된 인물”로 보았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볼 때 페르소나는 개인의 의식적 생각과 감정을 타자에게 감추거나 드러내는 일을 하는 기능 콤플렉스”라고 언급했다.

방탄소년단은 이처럼 인문학적 사유와 철학적 가사를 통해 자기들의 노래를 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김영대가 쓴 ‘BTS: The Review’에서 이들의 음악을 이렇게 묘사한다.

“BTS는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그들의 음악과 예술을 창조하는 팀이지, 특정한 노래나 콘셉트를 강요받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안에 있는 것들 그리고 자기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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