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지지율 들여다보니…
2018년 12월 19일(수) 00:00
장필수 편집부국장·전남본부장
정치인에게 지지율은 생사여탈을 좌지우지하는 생명줄과도 같다. 특히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 등 정치 지도자들에겐 지지율이 정책 추진의 주요한 동력이 된다. 지지율이 올라가면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밀고 나갈 수가 없다. 지지율이 곧 민심이자 여론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적폐 청산과 함께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 최고치인 83%까지 올랐다. ‘여당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대통령 지지율에 기대 산다’는 야당의 비판이 있을 정도였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킨 것이 지지율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경제 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다. 지난주에는 취임 후 최저인 45%까지 떨어졌다. 부정 평가가 44%로 지지율과의 차이가 1%포인트로 좁혀지면서 조만간 데드크로스(지지율이 부정 평가 밑으로 떨어지는 것)에 접어들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레임덕 이야기까지 나온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그제 취임 후 처음으로 확대 경제장관 회의를 갖고 내년부터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하락에 핵심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제 눈을 광주·전남 광역 단체장들로 돌려 보자. 지난 11월 기준으로 지지율을 보면 17개 광역단체장 중 김영록 전남 지사가 1위, 이용섭 광주시장이 8위를 기록했다. 교육감은 장석웅 전남 교육감이 1위, 장휘국 광주 교육감이 15위다. 광주 단체장이 낮고 전남 단체장이 높은 것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시권 주민과 덜 민감한 농어촌권 주민의 차이가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이후 5~10위로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16년 만에 도시철도2호선 건설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군공항을 포함해 광주공항을 전남으로 이전하기로 하는 성과를 냈음에도 최대 현안인 광주형일자리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휘국 교육감의 지지율 최하위는 3선에 따른 피로감에다 혁신 교육에 따른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과 최근 사립학교의 성 비위 사건 및 성적 조작 파문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전남 단체장들이다. 초선인 장석웅 교육감은 취임 후 줄곧 지지율 2위를 달리다 11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학교 자율성 확대와 학생·교실 중심의 교육 혁신 정책이 공감을 얻은 탓일 게다. 장 교육감은 구체적인 정책 실현을 위해 파격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록 도의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과감한 규칙 개정 추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 지사가 소신을 갖고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가해 지지율 5위에서 2위로 올라선 것처럼 적극적인 업무 수행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하겠다.

상식적으로 별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김영록 전남 지사의 지지율이다. 김 지사는 취임 후 5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지키고 있다. 취임 6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이렇다 할 브랜드 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아할 정도로 높은 지지율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하락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지방 선거 득표율(77.1%)과 지지율(58.2%) 간 격차가 18.9%로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득표율과 지지율 격차를 감안하면 김 지사의 순위는 10위에 해당한다.

김 지사가 고공 지지율을 지키려면 이제부터 과감한 추진력으로 특색 있는 정책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 당장 내년 초부터 닥칠 광주·전남 상생 과제인 광주 군공항의 전남 이전, 한전공대 입지 선정은 물론 1차 선정에서 실패한 스마트팜 유치전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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