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2018년 04월 17일(화) 00:00

[강소혜 광주대 문예창작과 3학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큰 질문을 던졌지만 참사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해답이나 시스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4주기에 2016년 개봉했던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떠올렸다. 이 영화는 마치 세월호 참사를 겪은 한국인들을 위해 제작된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왜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격양된 감정이 아니라 차분하고 담담하게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2009년 1월 15일, 기장과 승무원을 포함해 총 155명이 타고 있던 US항공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한다. 이 사고로 엔진이 손상되어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지만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기장의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탑승객 전원이 구조된 시간은 단 24분. 당연히 기장 설리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항공사고 조사위원회는 이 기적과 같은 행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항으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는데 기장 설리의 무모한 모험심, 혹은 경박한 영웅심 때문에 강물 위에 불시착시킨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문회에서 위원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충분히 인근 공항으로 회항이 가능했다”, “왼쪽 엔진도 가동 중이었다”며 설리의 선택이 실수일 수도 있었다고 압박을 가한다. 청문회에서 설리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정말 옳았던 것인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과 함께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이때부터 영웅으로 추대받던 한 개인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된다. 당사자의 ‘내면’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회의 비정함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고뇌를 보여주며 ‘영웅’과 ‘죄인’이라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려내며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기장 설리가 비상 착륙한 비행기에 마지막으로 남아 두 번이나 기내를 둘러보면서 남은 승객의 유무를 확인하고, 구조된 이후 항공사 관계자에게 탑승객 155명의 안전을 끝까지 챙겨달라고 부탁을 하는 장면이었다. 기장이 탑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은 4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칫 기장 설리의 1인 영웅 무용담이 될 수 있는 스토리이지만, 영화는 이 모든 기적을 개인의 힘이 아닌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과 구조대원들의 협동심과 책임감 덕분에 가능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협업과 충실한 이행이 기적을 낳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155명 전원 생존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는 설리의 모습에서 기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주는 교훈은 지극히 단순하다.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위기 시 함께 살고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독은 안전시스템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4년이 흘렀고, 정부도 바뀌었지만 사회 안전시스템과 사회 지도층의 책임감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하다.

2014년 4월 16일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많은 국민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시스템 부재 속에서 꽃다운 삶을 마감해야 했던 학생들과 승객들에게 ‘설리’는 없었다. 국가가 만들어 놓았던 ‘시스템’은 부실했으며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던지고 있는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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