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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홍어

2017. 08.30. 00:00:00

커피 중에서 가장 비싸고 귀하다는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루왁(Luwak)은 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를 말하는데 현지에선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를 ‘코피 루왁’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은 네덜란드는 18세기 자바와 수마트라섬에서 원주민들에게 아라비카 커피를 재배하게 해 이를 무역이란 명목으로 착취해 갔다. 그러던 어느 해 커피가 흉작이었고, 할당된 물량을 납품해야 하는 주민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때마침 주민들은 사향고양이가 싼 똥에 커피 씨앗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착취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복수의 심정으로 이를 잘 씻어 일반 생두인 것처럼 포장해 납품했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똥커피’가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사향고양이는 높은 나무에서 잘 익은 커피 열매만 따 먹는 습성이 있는데 단단한 원두가 사향고양이의 뱃속에서 발효돼 부드럽고 깊은 맛을 냈다.
홍어는 흑산 홍어를 최고로 친다. 홍어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코끝을 자극하는 암모니아의 알싸한 맛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너무 삭혀 입천장 허물이 벗겨지는 홍어를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흑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영산강을 통해 육지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효돼 삭은 홍어를 맛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흑산도에선 갓 잡은 홍어를 먹었는데 선홍빛 회는 찰지고 흐물흐물한 반면 코와 내장(애)으로 끓인 애국은 부드러운 맛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발리에서 오리지널 루왁 커피를 맛보았다. 국내나 베트남 또는 라오스 등지에서 마셔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순하고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느낌이었다. 루왁 커피를 마시면서 갓 잡은 흑산 홍어의 부드러운 맛이 떠올랐다.
맛은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값을 떠나 다수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맛이라면 그것이 그 음식의 진짜 맛이 아닐까. 쓴맛이 강한 아메리카노에 익숙한 우리에게 커피란, 값비싼 루왁이 아니라 길가에서 흔히 테이크아웃하는 커피일 것이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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