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고 '아트시네마']⑧ ‘르 발자크’ ‘스튜디오 갈랑드’
‘록키 호러 픽쳐쇼’ 37년째 상영 … 관객도 함께 춤추고 노래
2016년 12월 01일(목) 00:00

‘르 발자크’ ‘스튜디오 갈랑드’

[ ‘르 발자크’]

“샹젤리제에서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건 도박과 같다.”

극장 ‘르 발자크(Le Balzac)’의 장 자크 쉬폴리안스키 대표가 말했다.

파리에서도 땅 값 비싸기로 유명한데다, 관광객들만이 넘쳐나는 휘황찬란한 거리에서 예술극장을 운영하는 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었다.

‘르 발자크’는 1935년 그의 할아버지가 문을 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광주에 있는 ‘광주극장’과 나이가 같다고 했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개관 초기에는 630석 규모의 단일관으로 1·2차 세계대전 전까지는 미국영화를 상영했다. 이후 23년간은 프랑스 영화 전용관 역할을 했다. 장 뤽 고다르 등으로 대표되는 누벨바그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극장은 1963년 변화를 맞는다. 145석으로 공간을 조정하고 이후 2대 운영자였던 아버지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상영관으로 바꿔 지금은 80석과 50석 등 모두 3개관을 운영하고 있다.

관객 감소는 예술영화관 대부분이 안고 있는 숙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1개관으로 35만명을 모았다. 트뤼포와 고다르의 영화를 상영하던 1974년부터 1990년대까지는 18만명 정도를 유지했지만 3개관을 운영하는 현재는 13만명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는 멀티플렉스관들이 예술영화 상영에 적극 나서자 항의 표시로 두차례 영화관 문을 닫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편안한 시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샹젤리제에서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건 끊임없는 도전의 과정이다. 극장 스크린 역시 1960년대 70개에서 지금은 28개로 줄어드는 등 이 거리는 상업 공간들이 주류다. 하지만 ‘영화’를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재단할 순 없다. 영화관은 사회적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영화는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극장 구석 구석을 직접 안내하는 그에게서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르 발자크에 가면 무언가 있다.는 극장의 캐치프레이즈다. 극장엔 영화 뿐 아니라 음악, 요리, 강의, 미술 등 모든 게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만으로는 관객을 모으기가 힘들다는 걸 잘 아는 그는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고민한다.

15년 전부터 간단한 먹을거리와 함께 무성영화, 콘서트를 결합시킨 ‘씨네 콘서트’를 열고 있다. 미슐랭 별 3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오페라를 상영하는 ‘오페라 나이트’, 젊은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음악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극장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3개의 상영관, 작은 바와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의 사무실은 배 모양을 닮았다. 1990년대 리노베이션 당시, 극장이 만들어지던 1935년은 노르망디호 가 건조된 해라는 점에 착안해 디자인했다.

“우리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라 삶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하기 위해 커피도 퀄리티가 놓은 제품으로 준비한다. 팝콘은 금지다.”

그는 극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영화 상영 전 관객들에게 ‘르 발자크’의 역사와 상영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영화관에 대한 긍지를 표현하고 있다.





[‘스튜디오 갈랑드’]

‘물 1/4 리터, 쌀 125g, 고무장갑, 화장지.’

파리 영화관 ‘스튜디오 갈랑드(Studio Galande)’에서 상영되는 ‘이 영화’를 보러 올 때 지참하면 유용하다고 극장측이 안내한 물품이다. ‘컬트 영화의 지존’으로 불리는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다. 독특한 스토리와 출연배우들의 기괴한 옷차림, 그리고 무엇보다 귀에 쏙 감기는 흥겨운 노래들이 어우러진 ‘18금 영화’는 전 세계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품이다.

1973년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 후 1975년 수전 서랜든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록키 호러 픽쳐쇼’는 상영 당시에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뉴욕의 한 극장에서 심야 상영을 시작하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노트르담 성당 인근 골목에 자리한 ‘스튜디오 갈랑드’는 80여석 규모의 작은 예술영화관이다. 이 곳이 이름을 알린 건 1979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상영하고 있는 ‘록키 호러 픽쳐쇼’ 때문이다.

토요일밤,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고 볼 기회가 없었던 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상영관에 들어섰다 깜짝 놀랐다. 영화 상영만 하는 게 아니었다. 스크린에서는 영화가 상영되고, 무대 위에서는 영화 출연진과 똑같은 복장을 한 9명의 배우들이 스크린 속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쇼’였다.

무엇보다 관객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벤트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 노래가 흐를 때면 다같이 일어나 미리 배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영화 속에서 비가 오면 가지고 있던 생수를 뿌리고, 결혼식 장면에서는 쌀을 던졌다.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답게 상의를 탈의한 배우들이 객석 사이를 오가고, 관객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관객은 미국, 브라질, 독일 등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이들이었다. 사회를 맡은 줄리안은 한국 관객이 신기한 듯 말을 걸었다. 바로 앞에 앉은 60대 중년 부부를 포함한 4명의 가족은 영화 속 노래를 모두 따라 부르면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스튜디오 갈랑드’는 1979년 12월 ‘록키 호러 픽쳐쇼’ 첫 상영 후 1990년 대까지는 매일 두번씩 상영하기도 했다. 이후 관객들이 점차 줄어들자 15년 전부터 ‘쇼 형식’을 도입해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 영화를 상영한다. 입장료는 11유로다.

무대에 선 이들의 연기가 조금 어설프다 싶었더니 줄리안 등 이날 무대에 오른 이들은 모두 아마추어들로 순수 ‘록키 호러 픽쳐쇼’ 마니아들이었다.

스튜디오 갈랑드 관계자는 “공연 형식이 도입되면서 전 세계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15년 동안 수십명의 ‘록키 호러 픽쳐쇼’ 팬들이 팀을 짜 공연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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