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만해야 기업도 몰려온다
2016년 05월 23일(월) 00:00
⑥ 정주 여건부터 개선해야

대만 연구개발 공업특구인 신주단지는 중소기업과 벤처 중심의 특구이면서 입주기업의 행정편의와 관련 직원들의 생활편익을 최고로 보장하는 산업단지로 정평이 나 있다. 산단 내 개발한 호수공원 주변으로 입주기업 직원과 자녀를 위한 숙소와 국제학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만=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들은 에너지밸리의 성공 전략 중 정주 여건 개선을 첫 손에 꼽는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기업도 입주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는 앞서 이주를 마친 공공기관 직원들이 나주에서 거주를 포기하고 광주 살이를 선택하거나 가족 이주를 미룬채 홀로 나주에서 사는 것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괘적한 주거 환경과 자녀 교육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기업 이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에너지밸리 조성 과정에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들과 함께 이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관계자의 요구를 충분히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지난해 4월 한전, 한전KDN, 한전 KPS, 전력거래소 등의 직원 157명을 대상을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기업 관계자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가족과 함께 살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이 설문조사에서 에너지밸리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일과 주거가 공존하는 쾌적한 정주 환경 개선’(30.6%)을 뽑았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이미 이전을 마친 기관들의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 정주 여건이라는 말이다. 이게 되지 않고서는 에네지밸리의 기업 입주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나주시 인구가 다시 10만명을 회복했다. 이는 빛가람혁신도시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에너지밸리 투자 협약 1호 기업인 보성파워텍이 최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서 공장 착공식을여는 등 ‘혁신도시 효과’ 덕분이다.

현재 빛가람동 인구는 1만5064명이며 이중 공공기관과 관련된 관외 인구는 9000여명(60%), 광주·전남 7197명(20%), 나주관내 전입 2932명(19.6%)이다. 빛가람동 인구의 40%가량은 나주나 인근 지역에서 유입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폭발적인 공공기관 이주 효과가 부족한 셈이다.

특히 최근 빛가람혁신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심상찮다. 부동산 가격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들고, 관심이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게 많다.

22일 빛가람혁신도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 부동산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내 중심가 1층 상가의 분양가가 3.3㎡당 2000만∼25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1년 전에 비해 30%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일부 상가의 경우 임대가 전혀 되지 않아 ‘1년 무상 임대’를 조건으로 내거는 일도 생겨났다.

아파트에 붙었던 프리미엄도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110㎡에 붙었던 최고 4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모두 빠진 데 이어 2년 전 1억9500만원에 분양된 다른 아파트도 1억4000만원에 급매물로 거래되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한 세입자는 “프리미엄이 2000만원가량 붙었는데 실제 거래에서는 계속 빠지고 있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기반시설 완공도 더디다. 빛가람혁신도시와 국도 1번 도로(나주 산포)를 연결하는 북측도로 착공 시점이 애초 올 상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완공시기도 오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교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나주 대신, 광주를 거주 공간으로 정한 이전기관 직원들도 많다. 문화·교육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상당수의 이주 직원들이 광주에 살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 이주 기관이 광주와 나주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주기관의 직원수에 따라 적게는 2대, 많게는 10여대의 대형 관광버스가 아침이 되면 이들의 출퇴근에 동원되고 있다.

이주 기관들도 광주살이를 원하는 직원들을 위해 광주시 남구 효천지구, 광산구 송정역, 첨단지구 등지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은 직원들이 돈을 걷어 광주의 유명 트레이너를 초청해 회사에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인근에 헬스장이 없어 직원들이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육아 시설도 문제다. 지난 2월 빛가람혁신도시에 둥지튼 주부 김모(36)씨는 “아파트 단지 어린이집 유아 모집이 마감돼 아이를 맡기지 못하고 있다”면서 “젊은 부부가 많아 아이 맡길 곳이 많이 필요한데 여기는 충분하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교육·문화·주건 여건을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교적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대만 신주단지에 입주한 한국기업의 한 직원은 “우리기업이 이 곳에 입주한데는 단지에서 제공하는 입주조건이 크게 작용했다”며 “특히 외국 입주기업 직원들의 자녀를 위한 초·중·고 국제학교 등은 입주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대만 신주단지에는 입주기업 독신자들을 위한 아파트 등 연립주택이 운영되고 있으며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국제학교도 설립,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또 “기업문화에 있어서도 한국과는 달리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벤처를 기반으로 산단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기업 입주의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업단지 관리국 직원 린 완루씨는 “대만 정부는 기업들의 설립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부지를 직접 개발하고 표준 공장을 지어 기업들에게 빌려주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관세청, 고용노동부 등에 해당하는 관공서를 한 자리 두어 입주기업들의 행정편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모든 행정적인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주거환경과 교육 등 생활편익시설이 다른 곳에 비해 잘 갖추어졌다는 점이 강점이다”고 덧붙였다.

/대만=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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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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