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문화 원류를 찾아서-9부 몽골 브럇트] 욕심 많은 부자는 평생을 장작 패는 딱다구리로 변하고 …
2016년 03월 07일(월) 00:00 가가


바이칼 호수 일대 수많은 고대 종족은 자신과 함께 공존했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들 이야기가 탄생한 주요 배경인 바이칼 알혼섬이 아침 안개에 쌓여 있다. 아래 사진은 브럇트 국립박물관에 전시중인 동물 박제.
시인 백석, 그는 ‘마을은 온통 귀신 천지’라고 노래했다. 성주님, 디운구신, 조앙님, 데석님, 굴대장군, 털능구신, 수문장, 연자당구신, 달걀구신…. 어린 백석을 떨게 했고, 시인이 된 어른 백석을 아련하게 했을 그 많던 귀신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귀신이 사라진 것은 마늘과 빌딩, 십자가와 염불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가 끊긴 탓일 게다. 부엌, 부뜨막, 고방, 굴통, 곱새녕, 대문, 연자간, 행길에 살았다는 귀신이 사라지면서 이들 공간과 사물도 의미를 잃었다.
이야기가 없으면 공간과 사물은 단지 장소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무섭지 않은 공간에서는 ‘조심해야 할 것’들도 없고 한낱 사물로 치부된 물건은 낡아 갈 뿐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사라졌다. 개도 오리도 소도 곰도, 그저 숲 속을 뒹구는 짐승일 뿐이다.
가장 비싼 대가인 순수를 지불하고 성장한 아이에게 더는 귀신이 존재하지 않듯, 인류도 마찬가지다. 이야기 속 의미를 잃어버린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은 소비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파괴하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우리가 바이칼 일대 동물이야기와 설화에 주목하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문화를 대하는 고대 종족의 태도를 엿보기 위함이다. 바이칼 주변에 살았던 수많은 민족은 숱한 이야기와 설화를 만들어 냈다. 이들 이야기는 고대 종족의 문화와 종교 형성에 도움을 줬고,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진지한 자세도 갖추게 했다.
이번 이야기의 첫 주인공은 줄무늬가 어여쁜 청설모다. 브럇트인들은 신(부르한)이 다람쥐를 가볍게 손으로 쳤는데 줄무늬가 생겼다고 여긴다.
뻐꾸기는 예전에 방탕한 여자였다. 신은 형벌로 이 여자를 뻐꾸기로 바꿨고, 검둥오리는 예전에 라마였다.
자신의 죄를 정리하길 소망하던 이 라마는 바다 가운데 높은 산으로 이사했다. 산에 앉아서 그는 신성한 책을 3년 동안 계속해서 읽었다. 그는 배고픔과 추위, 더위를 느끼는 것을 멈췄다. 어느 날 라마에게 한 사람이 와서 자신이 신을 찾고 있는데 라마를 보며 드디어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사람들은 라마를 경배했다.
하지만 이 라마는 “나는 이 높은 산에 앉아 있고 3년 동안 신성한 책을 읽고 있지만 지금까지 신을 보지 못했다. 당신 또한 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은 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면 보여달라”고 말하자 라마는 “말을 타고 이 산에서부터 바다로 뛰어내리면 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라마는 직접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검둥오리로 변했다고 한다.
부엉이는 ‘새들의 왕’의 신부이며, 딱따구리는 예전에 부유하지만 옹졸한 사람이었고 도끼를 만들었다.
어느 날 그에게 가난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몇 푼의 돈을 주기를 부탁했지만 부자는 나무토막과 큰 도끼를 주었다. 가난한 사람은 바로 부르한이었다. 신은 “나는 당신에게 부를 주었는데 당신은 가난한 사람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당신은 나무를 쪼면서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고 했다. 부자는 딱따구리로 변했고 나무를 쪼면서 벌레를 먹고 살아다.
독수리도 예전에 사람이었다. 한 명의 젊은 샤먼이 있었는데 독수리로 변해 서쪽으로 떠나 여행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사람으로 변했다.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다시 독수리로 변해 동쪽으로 떠났고 얼마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여행을 하며 굶주렸고 죽은 짐승을 쪼아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이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죽은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불결해져 영원히 독수리로 남았다.
독수리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독수리는 자신의 영혼이 있다. 부럇트인들은 독수리를 존경했고 독수리를 잡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독수리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죽인다면 남은 한 마리는 바이칼에서 가장 큰 섬인 알혼섬으로 날아간다고 한다. 그곳에서 독수리는 다른 독수리를 찾고 그 독수리와 함께 다시 날아온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알혼섬으로 가는 길목인 러시아 이르쿠츠크 리스트비앙카 언덕 위에는 거대한 독수리 동상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브럇트인과 독수리는 밀접한 관계다. 알혼섬에 가장 먼저 내려앉은 새가 독수리였고, 수많은 샤먼이 독수리를 숭배한다. 또 독수리를 잡거나 죽이지 않고, 마을의 대표 동물로 여기는 곳도 많다.
백조와 까마귀 이야기도 흥미롭다. 백조도 자신의 영혼이 있다, 그래서 부럇트인들은 백조를 매우 무서워 했고 죽이지 않았다. 누군가 백조를 죽인다면 이 사람도 죽는다고 믿었다.
또 백조는 오랫동안 자기 친구 백조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 봄과 가을 동안 머물던 곳을 떠나기 전 친구를 잃은 곳 하늘 위를 빙빙 돌며 애처롭게 운다.
까마귀 또한 자신의 영혼이 있는데 부럇트인들은 평소에 까마귀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브럇트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동물이야기의 특징은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거나, 사람이 다시 동물로 변하는 구조가 많다는 점이다. 또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는 브럇트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럇트인들은 사람과 동물을 별개의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중한 식량원이지만 일부 동물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여겨 함부로 헤치지 않았다. 동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든 사람이 동물로 변하고, 동물도 사람으로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이 신성시하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잡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전해내려 온 재미’가 아니라 마을의 상징인 숭배 동물을 귀하게 여기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이야기가 없으면 공간과 사물은 단지 장소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무섭지 않은 공간에서는 ‘조심해야 할 것’들도 없고 한낱 사물로 치부된 물건은 낡아 갈 뿐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사라졌다. 개도 오리도 소도 곰도, 그저 숲 속을 뒹구는 짐승일 뿐이다.
이번 이야기의 첫 주인공은 줄무늬가 어여쁜 청설모다. 브럇트인들은 신(부르한)이 다람쥐를 가볍게 손으로 쳤는데 줄무늬가 생겼다고 여긴다.
뻐꾸기는 예전에 방탕한 여자였다. 신은 형벌로 이 여자를 뻐꾸기로 바꿨고, 검둥오리는 예전에 라마였다.
자신의 죄를 정리하길 소망하던 이 라마는 바다 가운데 높은 산으로 이사했다. 산에 앉아서 그는 신성한 책을 3년 동안 계속해서 읽었다. 그는 배고픔과 추위, 더위를 느끼는 것을 멈췄다. 어느 날 라마에게 한 사람이 와서 자신이 신을 찾고 있는데 라마를 보며 드디어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사람들은 라마를 경배했다.
하지만 이 라마는 “나는 이 높은 산에 앉아 있고 3년 동안 신성한 책을 읽고 있지만 지금까지 신을 보지 못했다. 당신 또한 신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은 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으면 보여달라”고 말하자 라마는 “말을 타고 이 산에서부터 바다로 뛰어내리면 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라마는 직접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검둥오리로 변했다고 한다.
부엉이는 ‘새들의 왕’의 신부이며, 딱따구리는 예전에 부유하지만 옹졸한 사람이었고 도끼를 만들었다.
어느 날 그에게 가난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몇 푼의 돈을 주기를 부탁했지만 부자는 나무토막과 큰 도끼를 주었다. 가난한 사람은 바로 부르한이었다. 신은 “나는 당신에게 부를 주었는데 당신은 가난한 사람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당신은 나무를 쪼면서 음식을 먹게 될 것이다”고 했다. 부자는 딱따구리로 변했고 나무를 쪼면서 벌레를 먹고 살아다.
독수리도 예전에 사람이었다. 한 명의 젊은 샤먼이 있었는데 독수리로 변해 서쪽으로 떠나 여행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사람으로 변했다.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다시 독수리로 변해 동쪽으로 떠났고 얼마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여행을 하며 굶주렸고 죽은 짐승을 쪼아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이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죽은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불결해져 영원히 독수리로 남았다.
독수리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독수리는 자신의 영혼이 있다. 부럇트인들은 독수리를 존경했고 독수리를 잡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독수리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죽인다면 남은 한 마리는 바이칼에서 가장 큰 섬인 알혼섬으로 날아간다고 한다. 그곳에서 독수리는 다른 독수리를 찾고 그 독수리와 함께 다시 날아온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알혼섬으로 가는 길목인 러시아 이르쿠츠크 리스트비앙카 언덕 위에는 거대한 독수리 동상이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브럇트인과 독수리는 밀접한 관계다. 알혼섬에 가장 먼저 내려앉은 새가 독수리였고, 수많은 샤먼이 독수리를 숭배한다. 또 독수리를 잡거나 죽이지 않고, 마을의 대표 동물로 여기는 곳도 많다.
백조와 까마귀 이야기도 흥미롭다. 백조도 자신의 영혼이 있다, 그래서 부럇트인들은 백조를 매우 무서워 했고 죽이지 않았다. 누군가 백조를 죽인다면 이 사람도 죽는다고 믿었다.
또 백조는 오랫동안 자기 친구 백조의 죽음을 잊지 않는다. 봄과 가을 동안 머물던 곳을 떠나기 전 친구를 잃은 곳 하늘 위를 빙빙 돌며 애처롭게 운다.
까마귀 또한 자신의 영혼이 있는데 부럇트인들은 평소에 까마귀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브럇트인들이 간직하고 있는 동물이야기의 특징은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거나, 사람이 다시 동물로 변하는 구조가 많다는 점이다. 또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는 브럇트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브럇트인들은 사람과 동물을 별개의 관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중한 식량원이지만 일부 동물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여겨 함부로 헤치지 않았다. 동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든 사람이 동물로 변하고, 동물도 사람으로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이 신성시하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잡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전해내려 온 재미’가 아니라 마을의 상징인 숭배 동물을 귀하게 여기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