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장기화…정부-광주시 갈등 격화
2023년 08월 29일(화) 20:35
광주시·국힘 광주시당, 오늘 예정 ‘예산정책 협의회’ 무기한 연기
보훈단체 등 사업철회 집회 예정…시민단체 “차질없는 추진” 촉구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이 진행 중인 광주 동구 불로동의 정율성 생가.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시가 추진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 철회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 보훈단체 등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보훈단체와 4·19 혁명 3개 단체, 5·18 일부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광주지역 9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지역 여론이 양분되면서 ‘정율성 논란’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와 국민의힘 광주시당에 따르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놓고 정부·여당과 광주시의 논쟁이 격화하면서, 오는 30일 예정됐던 광주시와 국민의힘 광주시당 예산정책 협의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관계자는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에 대해 광주시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우리 당과 정책 협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추후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의 차담회 형태의 협의를 정책 간담회로 확대해 내년 예산 확보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율성 역사공원 논쟁으로 정책 협의 자체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연기되면서 아예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 철회 요구로 시작된 논쟁이 여야 정쟁으로 확대됐고 행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정율성 역사공원’을 ‘반(反)헌법·반국가적 사업’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건립을 중단시킬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정율성 공원 건립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이념 논쟁의 차원이 아니다”라며 “과연 어떤 역사를 기리고 이어받을 것인가를 묻는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이날 SNS를 통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거론하며 “국민의 혈세는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익에 기여한 분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면서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율성 기념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보훈단체 집회도 예정돼 있다. 30일 낮 12시 광주시청 앞 광장에서 보훈단체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가 열린다. 4·19혁명 3개 단체(민주혁명회·혁명희생자유족회·공로자회)와 8개 보훈단체 공동 주관으로 열리는 집회에는 회원 6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5·18 공법단체 3곳 중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6·25 참전유공자회, 월남전 참전자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등 일부 단체는 9월 1일까지 사흘간 집회를 열며 광주에 머무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광주 지역 9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29일 공동 성명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은 시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드시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음악가 정율성의 기념사업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에 시작한 사업으로, 보수정권에서도 여·야 이견 없이 진행됐다”며 “보훈부 등은 정율성이 의열단 단원으로, 조선의용군의 일원으로 일본과 싸웠던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는 외면하고 그의 생애 중 한 단면만을 부각해 매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시달려 온 해묵은 이념적 잣대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며 “도시의 정체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화도시 광주의 진면목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의 구축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또 “정부의 냉전적·극우적 사고와 퇴행적 역사인식으로부터 촉발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더 이상 철 지난 이념과 색깔론으로 국민을 갈라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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