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 주민 건강 지키는 23명 ‘백의의 천사’
2023년 06월 25일(일) 18:35
간호사들 외딴섬에 1명씩 근무
기상악화에 발 묶인 날 부지기수
24시간 주민 건강 지킴이 역할
‘김우중상’ ‘대통령 표창’ 등 귀감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에 파견된 낙도 보건진료소 간호사가 고령 어르신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신안군 제공>

1004 섬을 지닌 신안군 인구의 5명 중 2명꼴(38.7%)은 65세 이상 고령자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공공의료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섬 중의 섬’이라 불리는 낙도(落島)에 근무하는 23명의 간호사는 신안 공공의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5일 신안군에 따르면 23개 낙도 보건진료소에는 각 1명의 간호사가 배치돼 근무하고 있다.

신안군은 14개 본도(本島)와 23개 낙도를 지니고 있다.

흑산도 부속 섬인 영산도와 만재도, 태도, 도초 우이도 등이 신안군의 낙도이다.

낙도는 고령자가 많음에도 열악한 교통 여건 탓에 재가 방문이나 돌봄 서비스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낙도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 외에도 때때로 24시간 대기하며 섬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신안군 압해읍 가란도에 파견된 간호사가 주민들에게 심폐 소생술을 알려주며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힘쓰고 있다.<신안군 제공>
낙도에 근무하는 간호사 23명 가운데 11명은 50대를 지난 초로의 중·장년들이다.

상당수가 30년 이상 근무해왔으며, 평균 근속연수는 15년이 넘는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육지에 있는 집을 찾아가지 못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근무하면서 주민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꿰뚫고 건강을 챙기는 보람을 느끼며 일에 임하고 있다.

이들 간호사는 진료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부족한 생활용품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로 ‘가족 같은 이웃’이 됐다.

신안의 한 낙도에서 헌신한 간호사는 지난해 ‘김우중 의료인상’을 받고 올해 4월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개인 재산을 털어 시작한 섬 오지 의료사업의 하나이다. 지난 2021년 12월 대우재단이 제정한 이 상은 그늘진 곳에서 인술을 베풀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한국의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을 발굴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이 간호사는 “당연히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상을 받은 것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짧은 소감을 남겼다.

박운기 보건소장은 “섬 간호사들은 평소 근면하고 성실하게 낙도에 근무해왔다”며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어르신들을 한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돌보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간호사들이 작은 외딴 섬에 혼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긍지와 사명감으로 주민들 건강증진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것이 매우 고마운 일”이라고 격려했다.

/신안=이상선 기자 ssle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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