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주차장 이용권 팝니다.”

광주시 동구 충장동 주상복합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상복합 건물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내놓은 주차권 금액은 한 달 4만원.

해당 주상복합에는 세대당 차량 한 대의 주차권리가 주어지는데, 차가 없는 A씨는 자신의 차량을 등록하는 대신 판매에 나선 것이다.

충장로 일대 사설 주차장의 한 달 월권은 10만원 남짓으로, 별다른 주차 공간이 없는 탓에 주차권은 글을 올린 지 며칠 새 거래가 이뤄졌다.

A씨는 “주차권을 산 사람이 인근 회사에 다니고 있어 최소 1년간 매달 4만원의 주차비용을 주기로 했다”며 “물가가 크게 올라 단 돈 한 푼이 아쉬워 주차권을 팔게 됐다. 휴대전화 요금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고 물가 역시 크게 치솟으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주차이용권을 판매해 ‘주차권 재테크’에 나서는 등 이색적인 물품들이 중고거래 시장에 나오고 있다. 금값 상승기 금 거래를 비롯해 헌옷과 명품 등 다양한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13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의 광주지역 중고거래 물품들을 살펴본 결과, 자전거와 컴퓨터, 가구 등 대표적인 중고거래 품목 이외 이색적인 물품들이 등록돼 있었다.

우선 A씨처럼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등 주차권을 판매한다는 글은 물론, 주차권을 구한다는 글도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백화점 발렛 주차권까지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불경기 속 금값 상승세에 금 거래도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당근마켓에서는 돌 반지와 금 팔찌 등 금 중고거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중고거래를 통해 금 투자를 하고 있다는 B씨는 “당근마켓에서 금을 사면 금은방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파는 사람도 금은방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금값이 오를 것 같아 8개월 전부터 돈이 생기면 금 중고거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밖에 절반 정도 사용한 명품 향수나, 화장품, ‘2시간만 입은 옷’ 등 다양한 제품이 중고매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정가 9만5000원의 50㎖짜리 명품 향수를 8만원에 판매 중인 회원에게 판매 사유를 물어보니 “잘 사용하지도 않아 유통기한이 지나 버릴 바엔 중고로 판매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는 답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실제 경기불황에 명품 온라인 중고거래도 늘었다. 이날 온라인명품쇼핑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최근 중고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다.

트렌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의 줄지은 가격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명품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면서 “경기가 침체되면 오히려 중고시장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품도 중고거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국내외적인 경기침체 상황 속에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2021년 약 24조원으로 불었다”며 “경기침체로 중고거래 시장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연평균 15~20% 내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