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1927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영방송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국이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콘텐츠를 자랑한다.

요즘 산업계에서도 BBC가 화두다. 여기에서의 BBC는 방송이 아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산업의 삼두마차라고 하는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를 일컫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BBC 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시작된 미·중 경제 패권 전쟁이 바이든 시대에 들어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BBC에 희토류를 더한 4대 분야를 핵심 산업으로 꼽고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릴 정도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BBC 산업은 공급난이 발생할 경우 빠르게 대응 방안을 찾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공급이 제한적인데 반해 일자리, 국민 건강,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기반산업이라 ‘안보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킬 열쇠다. 미래 모빌리티 기반인 배터리와 IT의 핵심 소자인 반도체는 공급 조절로 상대국의 첨단산업을 무력화할 수 있다. 최근 시스템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서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은 BBC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바이오는 생산량으로 볼 때 미국에 이어 2위이고,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중국에 이어 2위다. 반도체는 메모리 분야 1위이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도 대만에 이어 2위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오늘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코로나 백신과 반도체 협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방미단에는 삼성·SK·LG 등 BBC를 이끄는 그룹 총수들이 동행한다. 한국 측은 BBC 기업들의 경쟁력을 안보 지렛대로 삼아 백신동맹과 북·미 협상 재개 등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쟁력이 외교 무대에서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