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태 소설인생 60년…“소설은 삶이자 생명이다”
2021년 03월 29일(월) 11:30
‘문순태 중·단편 선집’ 7권 발간
조은숙 박사 3년 걸쳐 선정 작업
발표 연대 기준, 주제별 재구성
작가의 말 평론가 해설 나눠 실어
“소설은 내 스승이었고 종교였으며 생명이었다. 소설을 쓸 때만이 내 자신에 대한 실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징소리’, ‘철쭉제’, ‘문신의 땅’ 등 6·25와 분단으로 인한 근현대사의 아픔, 산업화로 인한 고향 상실과 한의 정서를 주제로 소설 창작을 해온 문순태 작가<사진위>. 그는 평생 소설을 쓰며 소설과 동고동락을 해왔던 남도가 낳은 대표 소설가다. 그에게 소설은 ‘삶 자체이자 생명이며 종교’였다.

이번에 문순태의 소설인생 60년을 갈무리한 ‘문순태 중·단편 선집’(소명출판)이 발간됐다.

전남대 강사인 조은숙 박사가 엮은 이번 선집은 7권으로 구성돼 있다. ‘고향으로 가는 바람’, ‘징소리’, ‘철쭉제’, ‘문신의 땅’, ‘된장’, ‘울타리’, ‘생오지 뜸부기’ 등 모두 7권이다.

조 박사는 “문순태 작가에게 소설은 삶 자체였다. 평생 그와 동고동락을 해온 소설이 있었기에 삶의 고비마다 찾아온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가 소설에게 위로받았듯이 그의 소설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문순태의 소설가로서의 출발은 지난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백제의 미소’가 당선되면서였다. 창작과 신문기자 생활을 하던 그에게 80년 5월은 잊을 수 없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된다. 당시 광주 5월항쟁이 끝나고 광주일보 전신 전남매일신문에 김준태 시인의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게재한 이유로 해직을 당한다. 이후 잠시 언론계에 몸을 담았다가 퇴직을 하고, 광주대 문창과 교수로 부임한다. 교수로 재직시설 수많은 제자들을 작가와 시인으로 배출했으며, 그 역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한다.

지금까지 문 작가는 장편 23편(38권), 중·단편 147편, 중단편집고 연작소설집 17권, 기행문 3권, 시집 2권, 산문집 6권, 동화집 2권, 어린이위인전 2권, 평전 1권, 소설창작이론서 4권, 희곡 2편 등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조 박사는 애초에 중·단편 전집을 엮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147편에 이르는 분량 탓에 작가와 상의해 7권 분량의 선집을 내기로 한 것. 147편에서 다시 100편을 고르고 다시 75편으로 줄인 뒤 최종적으로 65편을 선정했다. 그렇게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이번 작업은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선집의 편집체제는 이전에 발표했던 중·단편집과 연작소설집 17권에 실린 순서를 따르지 않고 가능한 작가가 발표한 연대를 기준으로 삼았다. 각 권의 분량을 고려해 주제별로 재구성했으며 가독성을 위해 초기 소설에 한자가 많이 쓰인 점을 감안해 한자를 생략하거나 병기했다. 또한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이나 문단은 작가와 상의해 삭제하거나 단어와 문장도 많은 부분 수정했다.

이에 앞서 조 박사는 지난 2016년 ‘생오지 작가, 문순태에게로 가는 길’(연락)을 펴낸 바 있다. “작가론을 썼던 인연으로 이번 중·단편 선집 작업도 순탄하게”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대한 작품을 썼던 작가 문순태의 삶을 돌아보며 창작의 연원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폈다. 그 결과 6·25전쟁과 광주 5·18, 산업화로 인한 고향상실이 작품 기저에 깔려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39년 담양군 남면 구산리에서 태어난 문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6·25 전쟁을 겪는다. 당시 고향 사람들이 좌우익으로 갈려 서로 죽이는 광경을 목격한 장면은 이후 소설가로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순태는 1965년 김현승으로부터 ‘현대문학’에 시 ‘천재들’이 추천되고 1966년 전남매일신문사 기자로 입사한다.

이렇듯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시대적 상황과 언론인으로서의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 초기에는 소설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에서 ‘일상적 안에서 의미찾기’와 ‘이질적인 것들의 어울림’을 추구했다. 중년에 들어서는 6·25전쟁, 5·18민주화운동의 체험을 객관화하여 ‘구원의 문제’로까지 심화한다. 노년에 이르러서는 성찰의 깊이가 더해져 노년의 삶과 소통 문제, 자연생태 문제로까지 주제를 확장했다.

이번 선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첫 창작집 ‘고향으로 가는 바람’(1977)부터 ‘생오지 눈사람’(2016)까지 각각 초판에 수록된 ‘작가의 말’과 ‘평론가’의 해설을 각 권에 나눠 실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작품을 내놓았을 당시 작가의 소회와 고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아울러 작가 의식의 변모 양상과 함께 소설의 주제가 확장되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다.

한편 문 작가는 이번 선집 발간에 대해 “내 60년 문학인생이 하나로 정리되는 것 같은 후련함과 한편으로는 쏜살같이 흘러와버린 시간에 대한 섭섭함도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소설을 쓰면서 인생 만년을 영원한 현역 작가로 살고 싶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