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는 가라
2021년 03월 08일(월) 05:00 가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대권 잠룡들에 대한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한국정치의 중심인 호남에서도 잠재적 대선후보들을 지지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여론조사로만 보면 최근 1강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이재명 경기 도지사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지지 모임이 지역 내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반면 지지율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기존 지지 세력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선까지는 무려 1년의 세월이 남아 있다.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 대형 변수도 잇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확실한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닌 듯싶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제 15대 대통령 선거일을 두 달 가량 남겨 둔 1997년 10월 7일. 강삼재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J 비자금 의혹’을 전격 폭로했다. 이날 강 총장이 DJ 비자금 관리 용도로 사용됐다는 300여 개 통장 사본을 공개하자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기부가 뒷조사를 해서 파헤친 거니 김대중은 끝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평소 정치인과 지지 세력들로 북적였던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는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썰렁하게 변해 버렸다.
물론 검찰이 다음 해 2월23일 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무혐의 또는 불입건 처리하면서 비자금 의혹은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박지원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보는 “위기에 처하면 진짜와 가짜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박 특보의 말처럼 이후 DJ가 당선된 뒤 국민회의 측에서는 이 사건이 ‘알맹이와 쭉정이를 가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후보에 대한 지지율 변동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것은 선거 캠프에서 늘 있는 일이다. 지지율에 관계없이 소신과 신념을 갖고 후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후보들에게는 앞으로도 수많은 위기가 찾아 올 터이지만, 위기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짜와 가짜를 가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위기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제 15대 대통령 선거일을 두 달 가량 남겨 둔 1997년 10월 7일. 강삼재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DJ 비자금 의혹’을 전격 폭로했다. 이날 강 총장이 DJ 비자금 관리 용도로 사용됐다는 300여 개 통장 사본을 공개하자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기부가 뒷조사를 해서 파헤친 거니 김대중은 끝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평소 정치인과 지지 세력들로 북적였던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는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썰렁하게 변해 버렸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