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송규 작가 화업 ‘색점추상’ 출간… “더욱 열심히 자유롭게 그리라는 응원”
2021년 02월 24일(수) 00:00
“60년 화업 삶 정리되는 기분”
조대 김승환 교수·제자들과 집필
JUNG SONG KYU AND COLOURED DOTS

‘Delight-관계’

화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삶의 궤적이다. 스스로 작품을 들여다 보며 공부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도 좋지만 전문가의 시선으로 작품 세계를 조명받는 건 작가에게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칠순이 넘은 정송규(77·무등현대미술관장) 화백을 다룬 책 ‘정송규와 색점 추상-환희를 향한 시간과 기억의 미학(JUNG SONG KYU AND COLOURED DOTS)’의 출간은 작가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 더욱 열심히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격려와 응원을 전하는 탐구서가 됐다.

김승환 조선대 미술학과 교수가 제자들과 운영하는 아르테스 시각문화연구소가 지역 작가들을 연구하는 첫 작업으로 정송규 화백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다룬 책을 펴냈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경우가 드문 광주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로 연구소는 기회가 닿는대로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1년 넘게 작업한 책에는 정 화백의 삶과 60년 화업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차례 인터뷰와 각종 자료 수집을 통해 정 화백의 작품 세계를 고스란히 풀어냈고, 수많은 작품 가운데 ‘의미있는’ 그림들에게 대한 본격적인 작품론은 한 작가의 그림 인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림 그린지 60년이 넘었으니, 작품 세계를 정리하는 화집은 하나 내 볼까 싶어 준비하고 있었죠. 제 작품론이 담긴 책을 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구요. 제가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소위 말하는 인기 작가도 아니구요.”

책을 받아들고 정 화백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모르는 자신을 알 수 있었고,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걸어온 길이 전혀 의미 없는 일은 아니더라”는 위안도 받았다.

“조각보 작업을 할 때 ‘엉뚱한 일’ 한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규방문화라는 게 예술로 인정받기 어려웠고요. 흑백으로 색점 추상을 할 때는 또 색감이 좋은데 왜 모노톤 작업을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이번에 책을 보니 참 자유롭게 그렸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작가 인생의 마지막까지, 다음 작업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얻었습니다.”

정 화백은 이론가의 힘도 느꼈다고 했다. 자신의 작업들에서 의미를 찾아주고, 연관성을 부여해 주는 연구자들의 글과 그들이 선택한 ‘작품’을 보고 새로운 공부도 하게됐으며 “작업실에 있을 땜 온통 내가 맞다는 생각을 하는데 무엇보다도 저자들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발견해준 작품들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정 화백의 미적·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예술론과 함께 강렬한 붉은색이 인상적인 ‘누드’, 조각보 작품 ‘추억’과 ‘어머니의 꿈’, 대형 캔버스를 숱한 점으로 가득 채우며 수많은 변용을 시도한 ‘Delight’ 시리즈와 ‘생명의 소리’ 시리즈에 대한 작품론을 통해서는 정 작가의 작업 여정을 만날 수 있다. 또 1970년부터 대표작 100여점의 도판을 실었으며 오지호·임직순 등 스승과 찍은 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들도 다양하게 담겼다.

지난 2018년 영암군오승우미술관 초대전에서 정 화백을처음 만난 김승환교수는 지난해부터 박현화·윤청·안나영 연구원과 작업을 진행했다.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료 수집을 통해 집필 방향을 정했다. ‘색점추상’ 작업에 의미를 부여, 제자들과 끊임없이 토론이 이어졌고. 정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는 용어도 만들어내는 등 작품 분석이 계속됐다.

“지금까지 해온 정 작가님의 작업들이 광주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원로 여성 작가 1세대로 구상이 강한 호남 미술계에서 추상이라는 비주류의 길을 선택한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책이 정 작가 개인 뿐 아니라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국내의 근·현대 미술을 연구하고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정리하는 안내서가 됐으면 합니다. 또 이번 작업을 진행한 제자들에게도 큰 공부가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제자들과 연구소에서 ‘멜랑꼴리’를 주제로 미술작품을 읽어보는 책 등 미술 관련 시리즈물을 펴내는 작업들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자유로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던 작가는 문자 메시지로 이런 말을 남겼다.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실험정신으로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겁니다.”

한편 조각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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