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일본
2021년 02월 19일(금) 00:00 가가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인간은 자연 재앙이 발생하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본능이었다. 먼저 부정한 짓을 저질러 신의 노여움을 산 것은 아닌지, 조상을 욕되게 하거나 묘를 돌보지 않아 동티가 난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했다. 임금이나 지도자들은 자신의 덕이 부족해 백성들이 고초를 겪는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가뭄에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고 지진이 나면 해괴제(解怪祭)를 지내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특히 우리 민족은 현대에 이르기까지도 재해가 발생하면 이를 곧잘 정치와 연결하곤 했다. 전혀 근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나라 꼴이 이 모양이니...’ ‘이놈의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등의 말을 내뱉으며 경계의 도구로 삼았다.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자연재해는 모두가 근신하되 주변을 잘 살펴, 피해를 함께 이겨 내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이웃인 일본은 똑같은 재앙에도 이를 대하는 자세가 어찌 그리 다르고 공격적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 13일 밤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일본의 소셜미디어에는 “조선인이나 흑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했다고 한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진 발생 다음 날 “이번 강진을 둘러싸고 또다시 차별적인 발언과 루머, 불확실한 정보가 트위터·유튜브 등에 난무했다. 재해 때마다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같은 가짜 뉴스는 지난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퍼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을 흉내 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동대지진 때에는 57만 가구의 집이 소실됐고 사망자·행불자도 40만 명에 달했다. 일본은 민심이 흉흉해지자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일본 정부와 우익 단체들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조선인을 마구 체포·구타·학살했다. 당시 조선인 사망자는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6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나라 국민보다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일본 국민이 지진 발생 이후 다른 대상을 공격하는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제국주의의 향수를 잊지 못한 탓일까?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관동대지진 때에는 57만 가구의 집이 소실됐고 사망자·행불자도 40만 명에 달했다. 일본은 민심이 흉흉해지자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 일본 정부와 우익 단체들은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조선인을 마구 체포·구타·학살했다. 당시 조선인 사망자는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6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나라 국민보다 지진에 대한 대비가 철저한 일본 국민이 지진 발생 이후 다른 대상을 공격하는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제국주의의 향수를 잊지 못한 탓일까?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