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염연화 “세상 이끌어 온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
2021년 02월 08일(월) 07:00
2021 새로운 출발 <10>
나에게 글쓰기는 휴식이며 탈출구
치매 시어머니 모시며 창작 활동
지금 살아가는 아이들 고민에 집중
보성 민중 삶 그린 동화책 발간 예정
문학은 현실을 그리는 예술이지만, 한편으로 고단함을 견디게 하는 힘이다.

염연화(사진) 동화작가를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염 작가는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아니 고달픈 삶을 있는 그대로 글로 표현했다. 그는 아픈 시부모님을 20년 가까이 모시고 살았다. 얼마 전 치매 증세가 있으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시아버지는 그 전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단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지요.”

아마도 잠시라도 집을 벗어나는 것이 휴식이었을 것 같다. 최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구 광천동 신일 작은도서관에서 염 작가를 만났다. 틈틈이 이곳에 들러 함께 글을 쓰는 사람들과 공부도 하고 정보도 교환한다고 한다. 초면에도 약해보이는 인상이었다. 글쓰기만큼 뒷심과 체력을 요하는 부분이 없을 텐데, 어떻게 창작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부터 앞섰다.

“오랫동안 시부모님을 모시며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습니다. 일상에 지친 저에게 글쓰기는 휴식이며 탈출구였으니까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지면 오직 글 쓰는 일에만 열을 올렸지요.”

염 작가의 말에서 ‘쳇바퀴 위의 다람쥐’가 떠올랐다. 아니 반복해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는 “글쓰기가 뜻대로 안 돼” 작가로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다. 바로 ‘사람마다 역량이 다름을 인정하고 거북이처럼 내 길을 묵묵히 걷자고 격려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다 보면 페이스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저마다 창작 과정의 스타일과 패턴이 다른데 “굳이 다른 이들에 자신을 대입해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며 웃었다.

염 작가는 “집중력이 부족한데다 두통을 자주 앓고 체력이 약하다”며 “자영업을 하는 남편 사무실에 출근해 일을 돕느라 시간이 빠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때는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내 아이가 힘들어할 때 온전히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지난한 여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즐기며 무엇보다 아동문학의 힘을 믿는다. “성인문학 못지 않은 수준 높은 문학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서인지 창작 자체가 더없이 소중하다.

“대학 다닐 때 시, 소설을 공부했지만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주변에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도 없었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읽는 전래동화, 세계명작동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한마디로 아동문학에 대해 편협했고 무지했다. 그러다 동화를 쓰는 아는 언니가 ‘동화 한 번 써보라’는 말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마침내 2013년 지역 일간지 신춘문예에 등단을 하게 된다. 이후 창작집 ‘두근두근 우체통’, 장편동화 ‘소똥 경단이 떼구루루’와 ‘동생 만들기 방해 작전’ 그리고 청소년 소설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펴냈다.

염 작가는 “외국의 작가로는 미하일 엔데를 좋아한다”며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은 아이의 심리를 아주 잘 그린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 ‘파랑채집가’ 같은 SF 이야기도 좋아하는데, 국내 작가 중에는 SF를 소재로 작품을 쓴 최영희 작가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이전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인만큼 아이들의 관심 또한 다양해지고 사고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동화가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가르치려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시대와 소통하며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동화의 독자는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니까요. 작가의 어렸을 때 이야기가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의 관심과 고민에 집중해야죠.”

올해 세 권의 동화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주제에 매달려 볼 참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학살로 희생된 보성 지역 민중들의 삶”을 배경으로,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아이의 아픈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염 작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꾸준히 동화를 창작할 생각이다. 세상을 이끌어 온 것은 아이들의 동화같은 상상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권의 책을 읽고 펼치는 상상력은 먼 우주까지도 닿을 수 있지요. 상상력은 호기심에서 출발하는데 우리 어린이들이 엉뚱한 생각도 많이 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끝>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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