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고-홍행기 정치부장] 비범한 증거
2021년 02월 08일(월) 05:00 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권에선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루머들이 세간을 떠돌아다니고, 정치권에선 사실이나 진실보다는 이해득실만을 생각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루머를 퍼뜨린 자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되고 심판을 받게 되지만, 해소되지 않은 ‘의혹’은 감기 바이러스처럼 사라지지 않고 잠복했다가 틈만 나면 되살아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지금 세간을 달구고 있는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은 정치권에서 가장 최근에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야권에서는 ‘이적 행위’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여권에서는 ‘구태 정치 ’라며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늘 그렇듯 정치권의 공방에는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는 데다, 국민은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압도되어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한 남성이 몇 년을 사귀어 온 여성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 뒷면에는 ‘자신은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서’라는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진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 거짓의 힘과 속도가 진실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다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영화로 유명해진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역시 “비범한 주장에 필요한 증거의 무게는 그 주장의 이상함에 비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실과 거짓의 판명에는 명백한 증거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분출하는 각종 주장과 의혹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는 분명 ‘무리’다. 하지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면, 비범한 주장에 걸맞은 비범한 증거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늘 그렇듯 정치권의 공방에는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는 데다, 국민은 매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압도되어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한 남성이 몇 년을 사귀어 온 여성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 뒷면에는 ‘자신은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어서’라는 진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진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금 정치권에서 분출하는 각종 주장과 의혹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는 분명 ‘무리’다. 하지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確證偏向)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면, 비범한 주장에 걸맞은 비범한 증거를 확인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