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메뚜기떼
2020년 12월 24일(목) 06:30
이쯤 되면 한심하다고 해도 될 듯싶다. 부동산 대책 말이다. 대책이랍시고 아무리 내 놓아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이상 급등 현상과 심각한 왜곡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투기 세력들은 규제를 피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마치 메뚜기 떼처럼 전국을 들쑤시고 있다.

정부는 광주 5개 자치구를 포함해 전국 36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대책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사후약방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오히려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불패’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는 언제나 뒤늦은 데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투기 세력의 수와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과세’나 ‘공공임대’ 등 기존의 평범한 대책으로는 이러한 ‘대세’를 꺾을 수 없어 보인다.

1932년 퓰리처상과 193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의 소설 ‘대지’가 영화로 나온 것은 1937년의 일이다. 근현대 중국을 무대로, 한 청년 농부가 자연재해와 고난을 딛고 대지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 자연재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홍수도 가뭄도 아닌 메뚜기 떼였다. 영화에서 드넓은 평원을 뒤덮으며 메뚜기 떼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투기 세력은 마치 메뚜기 떼처럼 도시의 아파트들을 쓸어 담고 있다. 그러니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이들 투기 세력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교육·직장·부양 등을 위한 실거주 외에 1~2주택만을 허용하고, 한편으로 아파트 구매 이유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깜깜이’ 민간 아파트 공급 시스템을 전면 개편, 실수요자들에게 아파트가 정확히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부동산 경기 하락을 걱정하며 뒤늦게 투기 세력을 쫓아가는 정부 대책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이제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투기 세력에 대해 선제적이며 극단적인 처방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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