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과 콤비
2020년 12월 17일(목) 22:00
‘라이벌’은 같은 분야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 경쟁하는 맞수를 말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무수한 라이벌들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라이벌의 의미가 가장 뚜렷하게 부각되는 분야는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 세계다. 거기엔 때로는 민족 감정과 전쟁의 역사까지 맞물리기도 한다. 한낱 ‘가위 바위 보’를 하더라도 절대 질 수 없다는 한·일전, 그리고 스페인 프로축구의 FC 바로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경기는 라이벌의 진면목을 잘 보여 준다.

선수 개개인들만 보더라도 야구에서의 선동열과 최동원, 복싱의 알리와 포먼, 골프의 우즈와 미컬슨, 축구의 메시와 호날두 등은 영원한 라이벌이다. 이들은 강한 승부욕으로 언제나 치열하게 대결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서로를 인정하며 존중해 준다. 상대가 있었기에 자신이 발전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는 ‘라이벌’도 있지만 ‘콤비’도 있다. 콤비는 함께 무엇을 행하기 위해 두 사람이 짝을 이루는 것, 또는 그렇게 짝을 이룬 두 사람을 말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토트넘의 두 공격수 손흥민과 케인의 콤비가 대표적이다. ‘현존하는 최고 공격 듀오’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는 이들은 이번 시즌에 리그 12호 골을 합작했고, 2015~16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이래 지금까지 32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1골을 합작하는 지금의 추세라면 ‘합작 골’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이번 시즌 케인은 상대 선수를 견제하고 끌어내는 역할을 맡고, 손흥민은 케인이 만들어 내는 공간 불균형의 틈을 침투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의 리그 11골 가운데 8골이 케인의 도움이고, 케인의 9골 중 4골이 손흥민의 도움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선의의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서로의 역할을 조정해 폭 넒은 시야와 발군의 감각으로 패스를 주고받는 이들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면,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게임이다”라고 했던 요한 크루이프의 말이 실감 난다. 라이벌의 존재는 자기 발전과 성공의 발판이 되고 좋은 콤비는 각종 기록을 풍요롭게 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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