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캐럴
2020년 12월 16일(수) 21:30
1941년 12월 25일 미국 NBC라디오에서는 한 곡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상황이었다. 부드러운 음색의 가수 빙 크로스비가 부른 이 노래는 가정에서 라디오를 듣던 많은 이들을 위로해 주었는데, 이후 영화 ‘홀리데이 인’(Holiday inn)에 삽입돼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음반으로도 발매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우리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듣게 되는 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다.

성탄절 하면 늘 떠오르는 건 따뜻한 불빛의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다. 마음을 들뜨게 하는 ‘징글벨’이나 차분한 분위기의 ‘실버벨’ 등이 흐르면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난 2018년 저작권법 시행령 개정 이후 거리에서 캐럴을 듣는 건 어려워졌지만, 라디오나 유튜브를 통해 캐럴을 들을 때면 마음이 평온해지곤 한다.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무료 캐럴 음원을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 마당’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향이 새로 편곡하고 녹음한 캐럴 음원은 ‘고요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여덟 곡이다. ‘팬텀 싱어3’에 출연했던 베이스바리톤 길병민과 피아니스트 원재연 그리고 월드비전합창단이 협연했다.

머라이어 캐리가 1994년에 부른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최근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를 석권했다고 한다. 캐럴이 양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 이외에도 마이클 부블레 등 많은 유명 가수들이 재녹음하고 영화 ‘러브 액츄얼리’ 등에도 삽입되는 등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요즘이다. 좋아하는 캐럴을 들으며 올 한 해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캐럴은 워낙 다양한 버전이 있어 누가 부르느냐,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에게는 발레 ‘지젤’의 작곡가 아돌프 아당의 ‘오 홀리 나잇’(O holy night)이 멋진 동반자가 될 것 같다.

/김미은 문화부장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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