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2020년 12월 10일(목) 06:00
사마천의 사기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은 관중이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로도 잘 알려진 그는 공자·맹자·안영 등과는 사뭇 달랐다. 재물을 모으고, 여색을 밝혔으며, 거짓말도 잘했다. 전투에서 도망치기도 했으며 벼슬자리에서 자주 쫓겨났다. 하지만 포숙아만이 알아보았던 그의 재능은 이 모든 인간적인 허물을 덮어 버렸다.

사마천은 그가 정치하는 법에 대해 “화(禍)를 복(福)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다”고 적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재상인 관중은 선택의 기로에서 다른 이가 전혀 시도하지 못할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작은 제나라가 바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본 그는 소금을 중심으로 물자를 유통시키고 재물을 축적해 나라를 부유하게 했다.

그는 제나라 정쟁 과정에서 포숙아와 제환공의 반대편에 섰다가 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숙아의 건의를 받아들인 제환공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을 용서해 주고 높은 지위를 주었다. 관중은 주변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더라도 영토를 오히려 나눠 주며 제후국의 토대를 닦았다. 그의 외교 정책과 국정 운영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상대방 및 정책 수요자의 미래를 염두에 두는 수준 높은 선택을 하고 그 책임을 졌다는 점이 달랐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법무부·검찰 갈등,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문제 등 두 가지 이슈가 오랜 기간 정국을 흔들고 있다. 전자는 해결 기미 없이 찬반이 더 격렬해지고, 후자는 아무리 정책을 내놔도 시장이 정반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은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를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또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개편해 저마다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게 주택을 임대·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한 바 있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있으며, 아쉽지만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검찰의 권한 축소와 투기소득 회수 등 보다 과감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화를 복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핵심 요소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미래를 위한 결단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는 솔직한 자세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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