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셨네요, 모두
2020년 12월 03일(목) 06:00 가가
서양화가 이경현의 작품 ‘컨센트레이트’(Concentrate, 2014) 속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 먼저 떠오른 건 ‘학부모’였다. 작품은 어떤 행사장의 객석 풍경만을 담고 있다. 모두 앞을 응시하고 있는데, 각양각색의 옷차림으로 열을 지어 앉아 있는 그들의 무릎 위에는 동일한 흰 종이가 놓여 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화폭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주식 설명회나 강연회 등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왠지 입시 설명회 혹은 공부 컨설팅 관련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 의자에 앉아 있는 깨알처럼 많은, 수천 명의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입시공화국 대한민국’을 헤쳐 나가는 부모들일 거라는 생각에 잠시 아득해졌다.
시대에 따라 본고사·학력고사·수능 등 이름은 달라졌지만 대입 시험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학부모들이다. 신문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사진 역시 절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는 어머니나 시험장 교문 앞에서 절실한 기도를 바치는 이들의 뒷모습이다. 시험이 끝난 후 학교를 빠져나오는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고 꼭 안아 주는 엄마·아빠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닥친 올해, 45만 명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유례없는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갈 수 없는 날이 많았고, 확진자 소식이 들려올 때면 가슴을 졸여야 했다. 마지막까지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을 터. 수능 전날에도 올해만큼은 손을 잡아 주거나 등을 다독여 주며 오랜 수고로움에 대한 위로를 전하지 못한 채 서로서로 문자나 전화로 그 마음을 대신했을 것이다.
드디어 오늘은 수능시험 날이다. 이번 시험에서 수험생들은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서 문제를 풀고, 10시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며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오랫동안 마음 졸이며 고생한 수험생들. 그들과 하루하루 함께한 학부모와 선생님들. 모두 애쓰셨다. 오늘 시험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인생이 늘 행복하길 바라며,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디온 그리고 리베라소년합창단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 ‘기도’(Prayer)를 전한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시대에 따라 본고사·학력고사·수능 등 이름은 달라졌지만 대입 시험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학부모들이다. 신문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사진 역시 절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는 어머니나 시험장 교문 앞에서 절실한 기도를 바치는 이들의 뒷모습이다. 시험이 끝난 후 학교를 빠져나오는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고 꼭 안아 주는 엄마·아빠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 졸이며 고생한 수험생들. 그들과 하루하루 함께한 학부모와 선생님들. 모두 애쓰셨다. 오늘 시험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인생이 늘 행복하길 바라며,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디온 그리고 리베라소년합창단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 ‘기도’(Prayer)를 전한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