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 멍멍 제서 꿀꿀’ 분노의 헬조선
2016년 07월 15일(금) 00:00
분노에 찬 전국의 ‘개·돼지’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미 다들 알다시피 “민중들은 개·돼지이니 먹고 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을 처음 한 이는 그가 아니었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다.” 신문사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가 영화(‘내부자들’) 속에서 먼저 했던 말이다.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된 이 인간 또한 그 영화를 봤던 모양이다.

사람을 동물에 비유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짐승만도 못한 놈’은 욕 중의 큰 욕이다. 그러나 애초 잘못한 것은 우리 ‘개·돼지’들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함부로 쥐나 닭에 비유했던 이들이 누구였던가. 그러니 ‘99%의 민중들에 대한 1% 귀족들의 복수(復讐)’를 우리는 진즉 예상했어야 했다.

교육부 나향욱(47) 정책기획관. 명문대를 나온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2급 고위직까지 올랐다. 민중들에 의해 쥐에 비유된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행정관 등을 지냈으며, 닭에 비유된 대통령 밑에서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정책기획관은 교육부 주요 정책을 기획하는 핵심 보직이다.

우리가 지금 더욱 분노하는 것은 그렇게 비뚤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나라 교육 정책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점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개처럼 ‘꼬랑지’를 내리긴 했지만, 그 어렵다는 고시에 합격해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빗나간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엊그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당연히 그가 화제에 올랐다. 마침 그 자리엔 행정고시 출신 퇴직 관료가 있었는데 고위 공무원을 지낸 이 선배는 “과거 동료들 중에도 의외로 ‘또라이’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날 우리가 멋대로 내린 결론은 ‘인문적 소양의 결핍’이었다. “고시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좋긴 하되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느라 독서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뇌는 그런대로 발달했을지 모르지만 좌뇌는 아마 텅 비어 있을 것 아닌가” 그런 말들도 나왔다.

또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선배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인데 하며 혀를 끌끌 찼다. 아마도 후당(後唐)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사람의 ‘설시’(舌詩)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입(口)은 화(禍)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舌是斬身刀)/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閉口深藏舌)/ 몸이 어느 곳에 있든지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세상엔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화(愚)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번에 한 그의 발언이 단순한 망언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은 사고(思考)의 그림자’라고들 하지 않던가. 언뜻 보면 불쑥 튀어나온 것 같지만 평소 생각하던 바가 말이 되어 나왔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단순히 ‘말실수’를 한 게 아니라 평소의 소신을 피력했음이 분명하다. 사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상위 1%의 사람들 중에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아서 그렇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엊그제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도의원에게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고 말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도 흑인들이나 라틴계는 사회적 계단을 올라갈 꿈도 꾸지 않는다”면서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데 이르러서는 두렵고 섬뜩한 생각이 든다. 반사회적 반공동체적 인식인 데다 특권층의 내심을 무심코 대변한 것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국민을 가축으로 여기는 사람이 대한민국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고위관리였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동안의 교육부는 교육부가 아니라 가축사육부’였다는 데 생각이 미치니 더욱 울분을 가눌 길 없다.

‘인격 없는 교육’(Knowledge without Character)은 마하트마 간디가 꼽은 ‘국가가 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징조’ 중의 하나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도덕 없는 경제’,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신앙’. 그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아떨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대한민국의 ‘망쪼’(亡兆:망할 징조)는 우리나라가 ‘1%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국가기밀을 폭로한 얼빠진 교육부 나리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로는 1% 안에 들었을 서울대생 8명이 채팅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몰도덕의 나라. 자신을 친일파라 지칭하며 ‘천황 폐하 만세’를 삼창했다는데도 국무총리실 산하 무슨 연구원의 센터장 자리를 아직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 ‘청년 돼지’들은 일자리가 없어 예서제서 밥 좀 달라며 울부짖는데, 어느 변호사는 100억 원이 넘는 수임료를 받고도 태연한 나라. 바로 서민들에게는 지옥 같은 ‘헬조선’이다.

그러니 당장 누군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겠다고 나선다 해도 소맷귀 부여잡고 말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 ‘내부자들’의 이병헌처럼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 하며 쓰린 가슴 달래야 할까 보다. 그곳에서라면 개·돼지 취급받지 않고 살 수 있으려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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