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 ‘광주 도시계획의 조타수’가 되기 위한 조건
2021년 02월 08일(월) 23:00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기초한 광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어긋난 도시계획 위원의 해촉을 촉구했던 참여자치21의 논평 때문에 파장이 일고 있는 듯하다. 광주시는 이 논평에 대해 법규 위반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조례의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적용의 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이 점에서 보다 분명한 조례의 정비가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것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국토부 가이드라인과 도시계획 조례의 취지에 있다. 참여자치21은 이 법규의 취지가 특정 인사가 도시계획위원회에 반복적으로 자주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특정 인사의 장기간에 걸친 반복 위촉은 구조적으로 이해관계인의 로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시의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도시계획위원회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도시계획 모델을 도입할 수 있는 에너지가 약화될 위험도 있다.

실제로 광주의 도시계획위원회는 ‘부결 없는 위원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일각의 주장처럼 부결의 횟수가 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대적인 지표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도시계획위원회가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광주의 특색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이를 반영한 도시계획을 추동하는 결정이 내려진 적이 있는가? 파리의 ‘15분 도시’ 구상처럼, 광주가 어떤 도시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런 비전을 기준 삼아 구체적인 도시 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해 나가는 전문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한 적이 있는가? 법규 위반인가 아닌가를 해명하기 전에 특정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위촉되면서 발생하는 현재의 도시계획위원회의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보기 바란다.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전문가들에 제공하는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는 훌륭한 도시계획 심의의 토대가 된다. 문제는 현재 도시계획위원회의 구성 분야들이 광주 도시계획을 심의하는 데 충분한지에 있다. ‘도시 비전’을 제시할 만한 전문가가 없는 도시계획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흥정 하듯 높이를 조금 낮추거나 녹지 공간을 약간 늘리는 식’으로 심의를 진행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8개의 분야로 종합적 도시계획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이 ‘토지 이용’ 등의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 불균형도 문제이다. 이는 도시계획 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계획위원회에 전문가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이다. 현재 광주시의 도시계획위원회는 30명의 위원 중 학계를 포함해 2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문제에 대한 심층적 정보 제공자로서는 탁월하지만, 시민의 삶과 이해를 중심으로 이를 종합하고 이해를 조정하는 일은 ‘정치’의 몫이다. 이와 관련해 시의원이나 시민단체의 역할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전체 70%를 차지하는 전문가들의 비율, 그것도 특정 분야에 한정된 전문가들의 비율을 줄이고,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참여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출 때 도시계회위원회는 ‘흥정꾼’을 벗어나서 도시계획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광주 도시계획의 조타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