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50년이 남긴 과제
2020년 11월 17일(화) 00:00 가가
지난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였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에 불을 지르고 삶을 등진 그는, 청년이자 청계천 피복 노동자였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인 고 김용균 씨가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안전하게 일할 권리라는 숙제를 남겼다. 그리고 2019년 1월 소위 ‘김용균법’ 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위험 작업을 하청(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것에 큰 제약이 없고, 사고가 나도 원청 업체가 져야 할 책임은 가벼운 법이 되어 일터의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다. 김용균이 숨진 2018년 12월11일부터 2019년 10월30일까지 모두 523명이 작업장 사고로 숨졌다. 이나마도 과로·질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김용균법에는 김용균이 없었다. 이에 원청의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처벌하며 산재 사망 사고뿐만 아니라 사회적 참사까지 재해의 범위를 넓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와 움직임이 이어졌다. 올해 5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본부가 설립되고 노동조합과 이에 동의하는 시민들은 각 지역본부를 설립하여 행동하고 있다. 국회에선 정의당 강은미 의원(법안 대표 발의자)을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 홀에서 매일 1인시위를 하며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라’ 외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1월 13일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에게 노동 분야 최초로 무궁화 훈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전태일은 그 훈장을 거부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루탄이 쏟아지던 거리를 함께 활보하며 공장에 들어가 또 다른 전태일이 되고자 결의하던 그 열사들은 이제 금장으로 장식된 배지를 단 후 ‘나중에’ 라는 이름의 정치를 하고 있다.
174석이라는 과반 의석을 얻고도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민주화를 했다며 과거의 영예를 자랑하지만 그들은 2020년 일상의 민주화를 거스르는 ‘작은 전두환들’이 되어 하루 평균 6명의 노동자가 죽어 가는 이 현실을 방관하고 있다.
그러던 중 2020년 5월 광주 조선우드에서 또 한 명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파쇄기에 몸이 끼여 죽은 그 청년은 김재순. 그가 일하던 사업장에선 2014년 6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광주지방노동청의 관리 감독 부실로 4년 뒤 같은 곳에서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올해 8월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한 청소 노동자가 기계에 깔려 사망했다. 6월엔 시 산하기관인 광주시립극단에서 총체적 노동 인권침해가 일어났고 7월엔 또 같은 시 산하기관인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 이것만 해도 그나마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고일 뿐이다.
죽음이 지척에 널렸는데, 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죽거나 다치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를 ‘촛불 정부’ 라고 부른다. 2017년 한 권력자를 끌어내렸던 광장의 촛불은 일터·나이·성별·소득수준 앞에서 그만 멈추고 만다. 그들의 민주주의는 사회의 가장 낮고 약하고 가난한 곳을 비추지 않는다.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삼성회장이 병환으로 사망했다. 10월 25일 그의 사망 당일 보도된 기사는 총 1245건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당일인 12월 11일 당일 보도된 기사는 총 7건이다. 더 어린 나이에 더 처참하게 죽어야 뉴스에 한 줄이라도 실리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죽음에도 자본의 가치를 매기는 이 사회는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말한다.
‘청년 빙하기 시대’.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가는 2010년대를 일컫는 말이다. 2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는 해에는 20-30대의 자살률도 늘어난다고 한다. 얼어 버린 청년, 방관하는 사회, 일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 사회. 2020년 많은 청년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전태일처럼 분신한다. 그들이 죽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함이다.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은 훈장 추서가 아니다. 정부의 행동과 여당의 결단력으로 일터의 노동자를 보호할 강력한 법안 마련을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1대 국회의 첫 번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 더 이상 방관하지 말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 노동자인 고 김용균 씨가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안전하게 일할 권리라는 숙제를 남겼다. 그리고 2019년 1월 소위 ‘김용균법’ 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는 위험 작업을 하청(도급) 업체에 떠넘기는 것에 큰 제약이 없고, 사고가 나도 원청 업체가 져야 할 책임은 가벼운 법이 되어 일터의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다. 김용균이 숨진 2018년 12월11일부터 2019년 10월30일까지 모두 523명이 작업장 사고로 숨졌다. 이나마도 과로·질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 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그러던 중 2020년 5월 광주 조선우드에서 또 한 명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파쇄기에 몸이 끼여 죽은 그 청년은 김재순. 그가 일하던 사업장에선 2014년 6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광주지방노동청의 관리 감독 부실로 4년 뒤 같은 곳에서 같은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올해 8월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한 청소 노동자가 기계에 깔려 사망했다. 6월엔 시 산하기관인 광주시립극단에서 총체적 노동 인권침해가 일어났고 7월엔 또 같은 시 산하기관인 광주의료관광지원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졌다. 이것만 해도 그나마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고일 뿐이다.
죽음이 지척에 널렸는데, 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죽거나 다치는데 청와대와 여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스스로를 ‘촛불 정부’ 라고 부른다. 2017년 한 권력자를 끌어내렸던 광장의 촛불은 일터·나이·성별·소득수준 앞에서 그만 멈추고 만다. 그들의 민주주의는 사회의 가장 낮고 약하고 가난한 곳을 비추지 않는다.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삼성회장이 병환으로 사망했다. 10월 25일 그의 사망 당일 보도된 기사는 총 1245건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당일인 12월 11일 당일 보도된 기사는 총 7건이다. 더 어린 나이에 더 처참하게 죽어야 뉴스에 한 줄이라도 실리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죽음에도 자본의 가치를 매기는 이 사회는 그럼에도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말한다.
‘청년 빙하기 시대’.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가는 2010년대를 일컫는 말이다. 2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는 해에는 20-30대의 자살률도 늘어난다고 한다. 얼어 버린 청년, 방관하는 사회, 일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 사회. 2020년 많은 청년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전태일처럼 분신한다. 그들이 죽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함이다.
전태일 정신을 잇는 것은 훈장 추서가 아니다. 정부의 행동과 여당의 결단력으로 일터의 노동자를 보호할 강력한 법안 마련을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1대 국회의 첫 번째 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자. 더 이상 방관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