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3호기 재가동을 반대하는 이유
2020년 10월 20일(화) 00:00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업국장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었다. 지역의 한빛 3·4호기 부실 시공과 안전성 부분이 올해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이용빈 의원(광산 갑)은 “한빛원전 3·4호기 민관 합동조사단이 격납 건물 벽체 내부 균열 문제를 지적했지만, 원안위는 콘크리트 균열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건전성 평가도 하지 않은 채 정비 계획까지 승인했다며, 정비 계획을 멈추고 격납 건물 내부 균열부터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 사안이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올해는 한빛 3호기 재가동 문제가 지역 사회에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빛 3·4호기는 수년째 가동이 중지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한빛 3호기의 콘크리트 격납 건물에서 발견된 공극(구멍)은 124개로, 한빛 4호기의 140개를 합하면 한국의 전체 핵발전소에서 발견된 공극의 90% 이상이 한빛 3·4호기에 집중되어 있다. 철판 기준 두께 미달은 263개소, 윤활유인 그리스(grease) 누유는 29개소, 철근 노출은 184개소에 달한다. 특히 격납 건물의 구조적 결함에 치명적인 그리스 누유와 철근 노출은 한빛 3호기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제124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 3호기 격납 건물 구조 건전성 평가 검증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한수원의 건전성 평가가 적절하게 수행되었고 모든 평가 결과가 격납 건물의 구조적 건전성을 유지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한빛원자력본부는 3호기에서 발견된 124개 공극을 보수하고 10월 중 재가동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빛 3호기의 구조 건전성 평가는 검증 주체와 평가 기준에서부터 전 과정에 이르기까지 애초에 격납 건물의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납득할 수 없는 평가였다.

한수원이 한국전력기술을 통해 수행한 구조 건전성 평가는 격납 건물의 구조 건전성에 있어 공극보다 더 중대한 평가 요소인 균열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다. 현재까지 한빛 3호기에서 발견된 그리스 누유는 29개소로 다른 핵발전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한다. 그리스 누유는 격납 건물의 균열 가능성을 의미한다. 격납 건물의 균열은 폐로를 해야 할 만큼 핵발전소 안전에 위협적인 결함이다.

격납 건물의 내부 1m 안의 공극과 균열을 파악하지 못한 구조 건전성 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작 격납 건물 외부 20㎝ 범위 이내에서만 확인되고 보수된 공극만으로 격납 건물 전체의 구조 건정성이 확보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명백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리고 사용 전 검사, 사후 조사 결과, 시공 자료, 불일치 사항 보고서, 감리 보고서 검토 등 공극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조사가 결여되어 있다. 철판 부식의 진행성 여부에 대한 평가 등은 격납 건물 생애주기 기준에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향후 진행될 격납 건물의 내구성 변화에 대해 판단할 근거 또한 없다.

격납 건물은 지진과 테러 같은 외부 충격이나 핵발전소 사고시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할 최후의 방어벽이다. 위험천만한 최후의 방어벽에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맡길 수 없다. 근본적으로 공극과 균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한다 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는 한빛 3호기는 부실 시공을 인정하고, 폐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기업 도시바에서 20여 년간 원자로 격납 건물 안전 설계를 연구한 고토 마사시 씨는 “격납 건물 100% 보수는 불가능하다”며 “이 정도로 공극 문제가 심각한 원전의 재가동 논의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지난 3년 가까이 한빛 3호기 가동 없이도 전력 공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빛 3·4호기가 가동 중단된 현재 전력 예비률은 25% 남짓이고, 30%를 넘는 경우도 많았다. 즉 탈 많고 말 많은 한빛 3호기를 서둘러 무리하게 가동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금은 무리한 가동보다 한빛 3호기에 대한 근본적인 진상 조사와 정밀 조사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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