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 가동보 추가 신설은 철회되어야 한다
2020년 08월 25일(화) 00:00

[나동환 광주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민선 7기 공약 과제였던 ‘양동시장 복개구간 생태하천 복원’이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사업’으로 변경되면서 현재 광주천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요 내용은 광주천 수량 확보를 위한 제4 수원지 및 지하수 활용과 가동보 신설, 수질 개선을 위한 하천 유지 용수 여과시설 개설, 기존 고정보 퇴적물 제거와 가동보로의 교체, 생태 복원 및 친수 공간 조성을 위한 광주천 하부 정비, 문화공간 조성, 생태학습관 건립 등이다. 2022년까지 총 380억 원을 투입해 광주천의 수량 확보, 수질 개선, 친수 시설 조성 등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과 물 순환 선도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광주천 아리랑 물길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과거의 하천 관리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간 계속된 도심 하천 개발과 이용 과정, 그리고 4대강 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하천 정책과 방향은 마땅히 자연성 회복과 통합 물 관리, 거버넌스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데 양동 복개 구간 개선과 복원, 지류 물길 살리기 등 자연성 회복을 위한 내용은 빠져 있고, 현재도 과잉인 징검다리나 친수시설 등 편의성 시설의 비중이 높다.

특히 이번 아리랑 문화물길 사업 중 광주천과 서방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인근에는 수위 유지용 가동보 추가 설치가 계획되어 있다. 보로 인하여 하천 수질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하천 내 횡구조물은 하천 환경에 부정적이다. 대전광역시 도심의 유등천도 가동보를 설치하면서 수질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했다가 결국 수질 악화와 악취 문제가 발생하여 당초 계획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퇴적 오니 준설사업도 추진하지만, 물을 막는 구조물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재발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천에 유입되는 오염원을 줄이고 모래톱과 여울, 소 등의 하천 고유의 유로가 회복되면 자정 능력이 강화되어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관도 개선될 것이다.

이미 광주천에는 평균 450m여 간격으로 횡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징검다리와 다리까지 포함하면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수십 개의 구조물이 광주천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낙차공 및 고정보를 가동보로 교체하는 것으로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고 하나, 보 설치의 목적은 근본적으로 물을 가두는 것인 만큼 물의 정체와 하천의 단절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광주시는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 사업이 생태 하천 복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리랑 문화물길 조성 사업의 추진 배경에는 광주천을 지역을 대표하는 생태·친수 하천으로 만들고, 시민이 소통하고 즐겨 찾는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광주시민이 원하는 광주천은 물 많은 하천보다 하천 본연의 모습과 물 맑은 하천일 것이다. 광주천이 자연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자연의 공간이 된다면, 편의시설이 아니라 자연을 느끼기 위해 시민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직강화(直江化)되고 좁혀진 하천, 복개 구간 및 폐천 등 우리 하천의 현재 모습은 환경적으로도 초라할 뿐만 아니라 재해 위험 대처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이번 홍수 피해로 확인했다. 광주천 환경 정비가 수질과 생태, 재해 대책, 물 이용 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광주천 본류만이 아니라 폐천된 지류를 포함한 지천, 물 순환, 하수관거 정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연성 회복은 하천 사업의 범위와 과업 기간을 넓고 길게 보면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번 홍수 때 유실된 시설물들을 반복해서 재설치할 것이 아니라, 하천과 시민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 아닌 것은 아예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 사업 계획상의 가동보 추가 신설은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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