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불감증이 부른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2020년 06월 30일(화) 00:00

[임선진 참여자치21 사무처장]

최근 광주 기초·광역의회 의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적발되고, 광주시교육감의 각종 의혹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와 전문성·도덕성 등 자질과 소양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 도덕 불감증의 횡행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한 기초의회 의장의 홍보비 유용과 법인카드 불법 현금화 의혹, 시·구 의원들의 자원봉사 실적 허위 제출, 겸직 금지 위반, 배우자 명의 업체를 통한 구청 수의 계약, 선배 기업의 영업 활동을 도운 구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광주시의원과 연루되어 시의원 인척 업체가 구청 계약을 수주하게 한 간접 청탁 의혹 등 지방의원들이 역할을 망각한 채 겸직·영리 거래 금지 원칙을 위반한 실상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특히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에 대한 각종 의혹 논란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장 교육감은 진보 교육과 청렴 교육의 상징으로 자천타천 표방됐던 3선 교육감이다. 3선으로 당선된 가장 큰 이유도 장 교육감이 진보·청렴 교육을 잘 구현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믿음과 열망 때문이었다. 그런 장 교육감이‘불법 정치 자금 수수 의혹’과 배우자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로 ‘청탁금지법 위반’ 구설에 올라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장 교육감은 ‘불법 정치 자금’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자신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해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권력이 있는 곳에 이권이 따라붙고 은밀한 거래가 가능한 구조와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혈연, 지연, 학연 등 여러 사회관계 네트워크까지 결합하고 주류 인사들까지 배후에서 움직이면, 그들만의 권력 구조는 훨씬 견고해진다. 그래서 지역의 특정 민원을 업무나 정책, 계약 등에 반영하면서 선출직의 역량을 과시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선출직 스스로 이 구조에 깊게 흡착되어 자신의 신념이나 윤리적 가치, 도덕성은 해이해지거나 상실되며,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상황에 도달한다.

특히 정당과 의회는 부정부패에 가장 취약한 분야라고 한다. 예컨대, 민주당 독점 구조 하에 지방 선출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의 위상과 입지, 지방의원 줄세우기를 통한 권력 관계 서열화, 소양·자질이 부족해도 당 충성도에 따라 지방의회 후보군에 입성하는 시스템, 중앙당의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개입 등 거대 양당의 현행 공천 제도와 방식으로 인한 한계와 문제들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그래서인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당사자가 먼저 자성하며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번 부정부패 의혹 논란에 오른 지방의원들 가운데 공개 사과한 이는 구의회 의장, 단 한 사람이다. 오히려 “오해다” “정치적 음해다” “불법은 아니다” “도의적 책임만 있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을 뿐, 부끄러워하거나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하는 이가 없다.

장 교육감 역시 작년부터 자신에 대한 불미스러운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데도 해명은커녕, 언론 플레이를 통해 공적 감시 활동을 하는 시민·교육단체들을 왜곡·폄훼하고 무응답으로 일관하였다. 그러다 최근에야 배우자 ‘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해서만 사과했다. 세간의 풍문처럼 이번 사과가 장 교육감의 더 큰 의혹을 무마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방편이 아니길 바란다.

그럼에도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에 지방의회와 자치교육은 아주 소중하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주민의 권익 신장과 복리 증진 및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주민 앞에 엄숙히 선언합니다”(광주시의회 의원 선서문, 2006)라는 선서를 기억하는가, 장 교육감은 교육단체장 선서문을 기억하는가. 선출직 공직자의 소명은 선서문에 분명하게 담겨 있다.

부정부패한 선출직 공직자가 주민과 시민을 우선하는 관점에서 책임지는 일은 청렴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반드시 벌해야 한다. 징벌은 수사 기관과 선관위를 통해 하되, 자진 사퇴와 의회 제명 등 공직 퇴출도 수반되어야 한다. 의회 제명은 ‘제 식구 감싸기’ 철폐를 통해서만 가능하기에, 선출직 공직자들의 법적·윤리적·정치적 책임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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