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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객 연인 ''금빛 찬가''

2002. 10.02. 00:00:00


“내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고 했잖아.”
1일 펜싱에서 금메달의 낭보를 전해온 이승원(23·화성시청)은 하루전 자신의 약혼녀와 했던 약속을 지켰다. 이승원의 약혼녀는 지난달 30일 펜싱 여자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딴 서미정(22·전남도청).
시상식이 끝난 뒤 이승원은 체육관 한 구석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서미정에게로 다가갔다. 이승원은 밝게 웃으며 서미정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그제서야 서미정도 동메달의 아쉬움이 조금은 가셨다.
선수촌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온 두사람은 함께 금메달을 따자며 굳게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서미정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이승원은 “걱정마. 반드시 내가 빚을 갚아줄게”라며 서미정을 위로했고 그 약속을 하룻만에 지킨 것이다.
그는 만성 B형 간염이라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표본이기도 하다.
이승원은 광주운암중 1학년에 다니던 92년 나승화(50)감독(현 광주시 펜싱협회 전무이사)의 권유로 검을 잡게 됐다. 타고난 소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성실함으로 중무장돼 있었다. 한참 펜싱에 재미를 붙일 무렵 이승원에게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B형 간염의 진단을 받은 것. 정상인보다 쉽게 피로를 느끼는 B형 간염은 운동선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이승원은 중학교때 걸린 B형 간염 때문에 지난 2000년에는 훈련까지 중단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승원에게 검을 쥐어줬던 나 감독은 “운동밖에 모른던 (이)승원이가 예상치 못한 병마에 발목을 잡혀 실의에 빠졌을 때는 괜히 펜싱을 시켰다는 자책감마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전남공고를 거쳐 한국체육대에 들어간 이승원은 지난해 광주시 서구청의 펜싱팀 창단 이야기가 있어 고향을 위해 땀을 흘리려했으나, 창단이 무산되는 바람에 화성시청으로 가게 됐다.
그는 선배들을 제치고 잇따라 국내대회를 석권하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1-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으나 모두 예선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었지만 세계무대의 벽은 생각보다 높기만 했다.
이승원은 그러나 쓰라린 경험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갔다. 자신의 약점인 발동작을 집중연마하면서 기량이 한층 더 성숙해졌다. 이승원의 빠른 발을 이용한 `팡트 프레시(점프를 하면서 뛰어 찌르기)''앞에 올 세계선수권대회 3위인 중국의 왕징지도 나가떨어져야 했다.
약혼녀와의 약속을 지키며 금을 일궈낸 이승원. 그는 이번 대회에서 사랑과 금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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