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구묘지·옛 적십자병원, 28년 만에 국비로 단장한다
2025년 12월 09일(화) 10:10
내년 정부 예산에 설계비 등 11억여 원 첫 반영
국가 관리 체계 전환 ‘신호탄’…2028년 완공 목표
5·18민주화운동의 아픔과 항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5·18 구묘지’와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사적지 지정 28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새롭게 태어난다.

그동안 지자체 주도로 근근이 유지돼 온 5·18 사적지에 대한 관리가 국가 주도 체계로 전환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5·18 구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과 ‘옛 광주적십자병원 보존 및 활용 사업’을 위한 설계비로 각각 7억1300만원, 4억4500만원이 반영됐다.

두 곳 모두 5·18 사적지로 지정된 지 28년이 지났지만, 국비가 투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망월동 묘역’으로도 불리는 5·18 구묘지는 1980년 당시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시민들이 청소차 등에 실려 암매장되듯 묻혔던 비극의 현장이다.

이후 살아남은 이들이 묘역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진상규명 투쟁의 심장부’이자, 이한열 열사 등 민주열사들이 안장된 ‘민주주의의 성지’로 꼽힌다.

시는 이곳을 전액 국비를 투입해 ‘5·18 민주공원’으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K-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자 역사적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단체들과 추진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7년까지 설계를 마치고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으로 잘 알려진 옛 광주적십자병원도 국비(50%) 지원을 받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다.

항쟁 당시 시민들이 부상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고 의료진이 밤샘 치료를 이어갔던 ‘생명 나눔’의 현장인 이곳은 건물의 역사성을 고려해 외관 원형은 최대한 보존한다.

내부는 미래 세대와 시민들이 5·18의 의미를 되새기고 치유할 수 있는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시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확정한 뒤 2028년까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번 국비 확보는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이 지난 2년간 국회와 중앙정부를 25차례 이상 방문하며 5·18 사적지의 국가적 관리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광주시의 설명이다.

시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옛 광주교도소, 국군광주병원 등 다른 주요 사적지에 대해서도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 종합적인 보존·활용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5·18 사적지가 국가의 책임 아래 보존되고 활용된다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함께 사적지가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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