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5명이 목숨을 잃은 곡성군 오산면 산사태 사고 책임 관련자들이 사고 발생 2년 3개월여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전문기관 감정이 필요하다고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린 검찰이 산재사고를 감정하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잘못 요청한데다 담당검사의 인사로 인해 기소가 늦어진 것이다.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정영수)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국토교통부·전남도 소속 공무원 2명과 설계사 및 시공사 관계자 3명, 감리자 3명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시공업체와 감리업체도 건설기술진흥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국도 15호선 확장공사 현장의 시공·감리·감독을 소홀히 해 2020년 8월 7일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에서 옹벽이 붕괴하는 산사태로 인한 매몰사고로 주민 5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도로가 유실돼 교통흐름을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산사태 당시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도로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도 소속 공무원과 감리자들은 보강토 옹벽 1차 준공검사시 구조계산서·안전 검토의견서 등이 빠진 사실을 알면서도 준공검사를 진행하고 6일 뒤 관련서류를 채워 넣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도로 아래 2곳의 옹벽이 2분 사이에 무너져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발생 후 보강을 위해 2004년 계산식 옹벽을 조성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이 옹벽에 대한 균열·토사 유실에 대한 관리를 한번도 하지 않고 2010년 전남도로 관리주체가 넘어갈 때도 관련 서류를 넘기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도로 아래 다른 옹벽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설계를 맡은 설계사는 이전 계단식 옹벽의 존재를 알면서도 사면 안전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다.

시공사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기존 설계된 ‘L형 무근 콘크리트 옹벽’ 방식을 ‘보강토 옹벽’으로 무단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측은 안정성 검토를 하지 않고 감리는 커녕 설계자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데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전문가 의견이 상충한 점들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향후 재판에서도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